1. ……허어.
  2. ……이야아.
  3. 또 책 읽고 있네…… 이그나츠!
  4. 으아아악! 갑자기 큰 소리로 부르지 좀 말아 주세요오……
  5. 미안, 미안…… 어, 책이 많아진 것 같다? 게다가 딱 보기에도 귀해 보이는데……
  6. 아하하…… 이건, 본가 서고에 있던 걸 형에게 부탁해서 보내 달라고 했거든요.
  7. 저희는 상인 집안이라 여기 있는 책은 전부 파는 물건인데……
  8. 벌써 몇 년째 팔리질 않아서, 살짝 빌렸어요. 아버지께는 비밀로 하고……
  9. 형에 관해 묻는다
  10. 아버지에 관해 묻는다
  11. 다정한 형이네. 둘이 친해?
  12. 어렸을 때는 그렇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편이에요. 자주 편지도 쓰고.
  13. 이그나츠네 아버지는 엄격한 분이셔?
  14. 그렇지는 않지만…… 장사에 관해서는 아주 진지한 분이시죠.
  15. 융통성이 전혀 없다고 해야 하나…… 그 대신, 형은 대화하기 편하지만요.
  16.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해도, 형은 비교적 잘 들어주거든요. 그래서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17. 집안 사정으로 기사가 된 저를 동정해 주는 걸지도 모르죠…… 아하하.
  18. 역시, 기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었군.
  19. 아뇨, 그렇지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긴 했으니까요.
  20. 제가 글로스터 가문의 기사가 되어서 귀족분들과의 교류도 늘었다더라고요.
  21. 아버지와 형의 장사에 보탬이 된다고 하니, 저도 기사가 되길 잘한 것 같아요.
  22. 흐음…… 그래서, 어떤 책을 빌렸는데?
  23. 여행기가 대부분이에요! 거기에 타국에서 보낸 옛 서신을 모아 놓은 것도 있고요.
  24. 이런 책을 읽으면서 상상으로 여행하는 동안은 어떤 힘든 일도 잊을 수 있거든요.
  25. 그거…… 역시 억지로 참고 있는 거 아냐?
  26. 사실은 여기저기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
  27. 어…… 어떻게 거기까지 아시는 건가요!?
  28. 보면 알지. 여기 화법이라든가 안료 조합법 같은 책도 있잖아.
  29. 아하하…… 실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요.
  30. 이 세상에는 제가 상상도 못 할 아름다운 경관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31. 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그림으로 남길 수 있다면……
  32. ……하는 게 제 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33. 기사가 된 것에 후회는 없어요. 꼭 가족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34. 이 포드라의 미래를 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도 책임을 지고 싶다.
  35.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동안 그런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어서……
  36. 아, 뭔가 잘난 척하는 것 같았네요. 제가 뭐라고, 부끄럽게……
  37. 그렇게 확실히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면야, 나도 이제 아무 말 안 할게.
  38. 그래도 전쟁은 언젠가 끝날 텐데 꿈은 계속 갖고 있어도 되지 않겠어?
  39.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