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돌아왔구나, 율리스.
설마 오늘 중으로 돌아올 줄이야.
- 그래. 해가 뜨기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또 날 걱정하는 누군가가 방을 뒤질 테니까.
- 뒤지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 누구 말이냐고 묻는다
- 아니, 그때 뒤지고 있었던 건 아니야.
뭐야, 아직도 담아 두고 있는 거야?
- 이봐, 그 누군가가 누군데, 나 참.
너, 아직도 담아 두고 있는 거야?
- 바보 녀석, 농담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이미 늦은 시간이니, 너도 얼른 가서 자.
- 알았어. 잠깐 잠이 깨서 그래.
……그나저나, 어머니는 괜찮으셔?
- 아…… 뭐, 신통치 않은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금방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다더라.
- 나는 좀 더 남아 있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해야 할 일들을 하라고 하시는 바람에.
- 정말이지, 얼굴이 보고 싶다 하시다가도
돌아가라 그러시고, 바쁜 분이야, 진짜.
-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어머니……
날 키워 주신 어머니가 생각나네.
- 돌아가셨다고 했었나. 그런 얼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좋은 분이셨나 보군.
- 맞아, 나에겐 아까운 분이셨어.
주워 온 아이인 나에게 사는 법을 알려 주셨지.
- 핏줄은 다르지만
그분은 정말 내 어머니였어.
- 자식이 그렇게 말해 줘서
네 어머니도 기뻐하실 거다.
- ……맞다.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건데
이참에 가르쳐 줘.
- 네 이름, 어머니가 지어 준 거지?
유래가 어떻게 돼? 독특한 이름이잖아.
- ……하늘을 봐라. ……아니, 거기 말고
좀 더 왼쪽이야. 거기에 밝은 별이 있지.
- 왼쪽? 밝은 별? ……어떤 거?
저거라고 해도 전혀 모르겠어.
- 그럼, 못 찾아도 상관없어.
아무튼 저 별의 옛 이름이라더라.
- 천상에 계신 여신님이
자신의 시종으로 삼았다는 하얀 별.
- 어머니가 독실한 세이로스교 신자시긴 한데
빈민 꼬맹이에게 붙일 이름치곤 너무 거창하지.
- 그래? 뭐 어때.
그만큼 널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잖아.
- ……그러게. 뭐, 나는 마음에 들어.
뭐니 뭐니 해도, 어머니가 지어 주신 이름이니까.
- 어머니가 어디까지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고 계신 건진 나도 모르지만……
-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 주신
이름이라는 것만은 틀림없거든.
- 그렇게 마음이 담긴 이름인데
우리는 부르지 말라는 거냐.
- ……나는 수많은 이름을 내세우며
그때마다 수많은 인간의 가면을 써 왔어.
- 하지만 이 이름으로 불릴 때
난 어떤 가면도 쓰지 않아도 돼.
- 이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건
혈육 정도의 특별한 상대뿐이거든.
- 그렇게까지 나를 그리 부르고 싶다면
나랑 평생을 함께할 각오라도 해 둬야 할 거야.
- 생각해 보겠다
- 웃어넘긴다
- '평생을 함께'라……
생각해 볼게.
- 푸……하하하! 왜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는 건데. 아, 걸작이네!
- 하하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율리스.
아무리 그래도 평생은 너무 심했잖아.
- 당연히 그래야지. 「각오는 됐어」라고
말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 뭐, 좋은 이름이라고
말해 준 건 솔직히 기쁘긴 하네.
- 그래도 혹시 진짜 각오가 서면 말해라?
생각은 해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