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군요. 그럼, 오늘 폐하는 홍차를
드시지 않았단 말이죠. 별일이네요.
- 분명히 저번에는 15일 전이었죠.
폐하가 드시지 않은 날의 경향은……
- 이봐, 나한테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야?
- 매일 이런 걸 기록하는 의미가 있어?
좀 더 적당히 해도 되잖아.
-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폐하의 위업이잖아요.
- 제대로 기록해서
제국의 역사에 새겨 둬야죠.
- 아니, 위업이라면 새겨도 상관없지만
홍차를 마셨는지 어떤지는……
- 누가 봐도 쓸모없는 정보잖아.
- 게다가, 잘도 기억하네.
전에 홍차를 안 마신 날 같은 걸.
- 후후후, 폐하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기억하고 있어요.
- 저에게 해 주신 말들,
매일매일의 식단……
- 한숨을 쉬신 횟수,
가지고 계신 좋아하시는……
- 잠깐, 잠깐.
중간부터 이상한데. 확실하게 이상해.
- 뭐가 이상한가요?
모두 기록해 둬야 하는 것들인데요.
- 이상하다고 설득한다
- 반론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 이상하다니까.
잘 생각해 봐.
- 역대 황제의 기록이나 역사서에
황제가 한숨 쉰 횟수가 적힌 적 있어?
- 지금까지는 저처럼 정확하게 기억해서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죠.
- 제 이런 기억력은 폐하의 위업을
기록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요.
-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 이해해 주셨군요. 제 기억력은
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거예요.
- 하지만, 만약에 그게 옳다고 해도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지 않아?
- 있어요.
폐하가 당신을 중용하셨잖아요.
- 폐하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있는 시간도 많고요.
- 저 혼자서는 다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제게 보고하는 데에는……
- 당신만 한 적임자가 없어요.
- 하아…… 뭐, 그래.
네가 진지하다는 건 아니까……
- 한가할 때 돕는 정도는 괜찮아.
피해도…… 그렇게 없는 것 같고.
- 과연 폐하께서 기대하시는 분……!
믿음직스럽네요.
- 분하지만, 나날이 폐하의 신뢰가
두터워지는 것도 납득이 가요.
- 이렇게 된 이상…… 특별히 당신에게도
허가를 내릴 수밖에 없겠군요.
- [HERO_MF], 당신이 폐하께
애정을 바치는 것을 허락하겠어요.
- 기뻐한다
- 거절한다
- 잘됐다. 이제 네가 질투하는 일도
없을 거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 그렇죠. 당신과 저는 폐하께 애정을
바치는 동지가 되는 거니까요.
- 그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 내가 그런 허락을 원할 것 같아?
애정을 바친다니…… 뭘 하라는 거야.
- 뭘 하냐니요, 폐하를 경애하고
흠모하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한단 말이죠?
- 나한테 묻지 마.
아무튼, 그런 허가는 필요 없어.
- 괜찮아요. 지금은 아직 폐하의 매력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셔서 그런 거겠죠.
- 저와 같이 위업을 기록하다 보면,
반드시 깨닫게 될 거예요.
- 당신이 폐하의 신봉자가 되기를
바라요, [HERO_MF].
- 그,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