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아, 일어났구나, 디미트리.
괜찮아. 아직 반나절밖에 안 지났어.
- 나는…… 분명, 훈련 중에……
- 잘못 쏜 마법을 맞았어.
그런 걸 맞으면 쓰러질 만하지 않아?
-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나답지 않은 실수로군.
- 지쳐서 그런 거 아니야?
평소의 너였다면 쉽게 피했을 텐데.
- 다들 걱정하더라. 특히 두두와
펠릭스가 얼마나 허둥대던지……
- 뭐, 이렇게 반나절을 잤으니
어떤 의미에선 좋은 휴식이 됐을지도.
- 걱정을 끼쳤군. 이제 괜찮아.
이 시간까지 붙어 있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 안 돼, 내가 돌아가면 또 일할 거잖아.
디미트리, 우선 주변 좀 둘러볼래?
- ……그렇군. 묘하게 방이 정리된 것
같더라니, 너희가 한 거였나.
- 물론 네 판단이나 확인이
필요한 일에는 손 안 댔어.
- 하지만 우리 선에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자질구레한 일은 처리해도 괜찮잖아?
- 이건 다 같이 상의해서 정한 일이야.
가끔은 너를 좀 쉬게 해 주자고 말이지.
- 그건 고맙지만…… 본인들 일도 있는데,
짬을 내 가면서까지 그런 일을 한 건가?
- 다 함께 분담했지. 훈련은
펠릭스, 두두와 함께 셋이서 마무리했어.
- 서류 업무는 로드릭씨와 실뱅이
처리해 줬고. 한 번 훑어봐 줘.
- 말은 잉그리트가 돌봐 줬고, 책 정리는
아네트와 애쉬 둘이서 해 줬어.
- 또…… 메르세데스가 구운 과자가 있어.
나중에 먹어 봐. 엄청 맛있더라.
- 그리고 병사들 중에는 근처 마을에
위문을 가 준 사람들도 있어.
- ……그런가. 놀랍군……
- 잔소리를 한다
- 자랑스러워한다
- 혼자 짊어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너, 결국 일을 떠안기만 하잖아.
- 요즘에는…… 너희에게 의지도 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내가 바란 일이야.
-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말이야.
이제는 좀 우리를 신뢰해 줘.
- 어때, 디미트리?
청사자반의 총력을 모은 작전은.
- 우리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너도 조금은 신뢰할 수 있겠지?
- 아니.
결코 너희를 신뢰하지 않는 게 아니야.
- ……그럼 왜 굳이 마을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 줬단 말을 아무에게도 안 하는데?
- 병사, 기사 할 것 없이 다들 놀라더라.
그런 건 좀 제대로 알려 달래.
- 그건…… 미안.
- 알면 됐어. 자, 다시 잠이나 자는 게 어때?
안 졸리니까 일하겠단 소린 말고.
- 하하, 큰일인걸. 오랜만에 꿈도 안 꾸고
잤더니 한동안은 잠이 안 오겠는데.
- 그럼 내가 같이 시간을 보내 줄게.
이 시간에는 훈련장도 비어 있을 거야.
- 신세 좀 질게, [HERO_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