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리스, 아직도 안 돌아온 거야?
벌써 5일이나 비우고…… 응?
- 별일이네, 물건을 아무렇게나……
율리스의 행방과 무슨 관계가……?
- ……사태가 사태니, 한번 볼까.
- 『잘 지내? 어디 아픈 거 아니지?
항상 진짜 걱정돼.
- 항상 돈 보내 줘서 고마워.
빨리 또 보고 싶어……』
- ……? 율리스한테 온 편지인가?
받는 사람 이름이 다른 것 같은데……
- 어이.
- 으앗, 율리스!?
있는 줄 몰랐어…… 돌아온 거야?
- 그래, 지금 막. ……그보다 너,
아까부터 남의 물건 앞에서 뭘 하는 거냐.
- 상황에 따라선
이대로 목을 베어 버릴 수도 있다만……
- 편지를 읽은 것을 사과한다
- 편지를 읽은 것을 숨긴다
- ……미안, 여기 있었던 편지를
맘대로 읽어 버렸어.
- 네가 안 돌아오니까 걱정이 돼서.
- 아, 아니…… 한동안 자리를 비웠잖아?
혹시 돌아왔나 싶어서 보러 왔다가……
- 그럼 그 편지는 뭔데.
금방 들통날 거짓말은 하지 마.
- 하아…… 뭐, 됐다. 네가 일부러
내 신변을 캘 이유도 없을 테고.
- 나쁜 건 말없이 자리를 비우고
이런 걸 아무렇게나 두고 간 나지.
- 그러니까, 율리스가 이런 걸
그냥 방치하다니 별일이잖아.
- 여기서 나갈 때 엄청 급했나 봐?
- ……뭐, 좀 그랬지.
- 편지와 관련이 있는지 묻는다
- 추궁하지 않는다
- 혹시, 이 편지를 보낸 사람에게 간 거야?
내용을 보니, 가족…… 동생인가?
- 어머니야. ……하하, 그러고 보니
별로 잘 쓴 문장은 아니지.
- 그랬구나…… 급했으면 어쩔 수 없지.
……이 이상은 묻지 않을게.
- 신경 써 줘서 고마운데, 말해도 상관없어.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내 어머니야.
- 허약하시긴 했지만, 요즘에 특히 더 편찮으셔서.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시면 돌아가거든.
- 물론 돌아갈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살아 계실
때뿐이잖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 ……그렇지.
죽고 나면 이야기할 수도 없으니까.
- 잠깐, 어머니가 보낸 편지라면
받는 사람으로 적혀 있던 건……
- ……네 본명이야?
율리스가 가명이고, 본명은 레굴……
- 굳이 입 밖으로 내지 마. ……직접 이름을 지어 준
아이를, 가명으로 부르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
- 그랬구나…… 좋은 이름인데.
왜 숨긴 거야?
- 직업이 이러니 이름이 많았으면 했거든.
……너, 불었다간 날려 버릴 거다.
-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 가볍게 농담을 건넨다
- 약속할게. 혹시 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입단속을 못 하면 인정사정없이 날려 줘.
- 좀 봐주면 안 돼? 엄하게 단속할수록
입이 사고를 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 정말 이해한 거 맞아? ……뭐, 됐다.
그렇게 하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
- 어찌 됐든…… 오늘은 정말 미안했어.
어머니의 병환, 얼른 나으시면 좋겠다.
- 쉽게 나을 병이었으면 고생도 안 했지.
뭐, 마음만은 고맙게 받아 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