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메리세우스에서의 전투 직후보다 훨씬 안색이 좋아.
  3. 후훗, 넌 말을 참 솔직하게도 하는군. 좀 더 돌려서……
  4. ……아니, 그러면 오히려 마음을 쓰는 게 느껴져서 난처할지도 모르겠어.
  5. 고맙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부딪치겠어.
  6. 아니, 딱히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는데……
  7. 뭐, 아무렇지도 않다니 다음 전투에서도 기대할게.
  8. 그래, 나만 믿으라고. 어떤 상대라도 꺾어 보일 테니까.
  9. 혹시 싸움에 져서 죽게 된다면 나에 관한 마지막 기록이……
  10. 「아버지를 벤 죄책감에 사로잡혀 전장에 그 목숨을 던졌다」가 될지도 모르니.
  11. 나는 아버지를 베었어. 아무 감정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12. 자신을 책망하지는 않아.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거든.
  13. 어머, 그렇다면 나는 뭘까?
  14. 「재상과의 권력 투쟁 끝에 내란이 일어나게 만들고, 대외 전쟁에서 패한 어리석은 황제」려나?
  15. 그렇게 불릴 각오는 되어 있어. 물론 질 생각은 없지만.
  16. 당연하지. 지게 만들지 않을 거야. 만일 너와 내 목숨이 저울 위에 오른다면……
  17. 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죽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서, 널 살리는 길을 택하겠어.
  18. ………………
  19. 뭐, 뭐야?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20. 아니, 그렇지 않아. 너는 참 강하고 긍지 높아.
  21. 세상 귀족들이 모두 너 같았다면 귀족이란 신분을 없앨 필요도 없을 텐데……
  22.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뭐, 불가능한 얘기지만.
  23. 불가능하지 않아! 아니…… 지금 상황에 불가능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
  24. 어쩔 수 없지만…… 귀족의 잠재력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야.
  25. 대국의 정무와 군사를 짊어지기 위해, 선조 대대로 이어진 지혜와 지식으로……
  26. 영주로서 백성에게 받아 온 신뢰나 그 지방에 대한 이해, 통치 방안을 계승하지.
  27. 지금껏 귀족이 쌓아 올린 것들을 내버려서는 안 되는 거야.
  28. ……그건 당연하잖아? 나를 뭘로 보는 거야.
  29. 다 부수고 끝내자는 말이 아니야. 귀족의 뒤를 잇는 게 평민이 될 뿐이지.
  30. 하지만 아무리 소질이 있다 한들 일반적인 평민이 귀족을 대신하는 것은……
  31. 아니지, 잠깐. 그런 뜻이었군.
  32. 넌 귀족과 거상의 자제에게만 허락된 이전의 사관학교 같은 게 아니라……
  33. 재산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평민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귀족 교육을 하겠다는 거구나!
  34. ……!
  35. 넌 말을 곧잘 비약하곤 하지만…… 그런 점이, 나한테는 필요할지도 몰라.
  36. 무슨 말이지? 아니, 의지해 주는 건 기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