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봐, 실뱅. 여기 있군. 조금 전
회의에 대해서 네 의견을 묻고 싶어.
- 괜찮긴 한데…… 고티에가의 의향은
아까 아버지에게 들으시지 않았나요?
- 고티에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네 의견을 들려줬으면 해.
- 평민에게 작위를 주느냐 마느냐 하는 얘기였죠?
결국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 맞아. 논점이 된 건 문장이 없는 자를
귀족으로 세워도 되겠는가, 였고.
- 그야 물론, 세워도 된다면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 당신이 형을 등용했듯이, 유능한 자에게는
지위를 줘서 활용해야 하겠죠.
- [HERO_MF][kp4] 애쉬도
훌륭하게 성과를 내 주고 있으니까.
- 하지만 거침없이 진행하라곤 말 못 하겠네요.
너무 많이 등용할 거면 전 찬성할 수 없거든요.
- 왕국에서 문장의 힘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폐하께서도 모르시지는 않잖아요?
- ……물론이야. 게다가 지금은 어느 나라건
문장의 힘을 지닌 피가 옅어지고 있어.
- 펠릭스처럼 대문장을 갖고 태어나는 사례도
있다고는 하지만, 극히 드문 이야기이고.
- 그럼 지금, 우리 퍼거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죠.
- 문장을 잇는 피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틈에
나라를 부흥시켜 군비를 단숨에 증강하거나……
- 문장을 잇는 피가 도태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유산에 기대지 않는 체제 확립을 우선시하거나.
- 어느 쪽이든 연명 조치이긴 하지만
저로서는 전자가 더 바람직하지 싶네요.
- 군비 증강이라는 게 말은 쉽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 메마른 땅뿐인 이 왕국이, 비옥한
나라와 경쟁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 하지만, 언젠가 형의 등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드렸던 말씀이지만……
-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이라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써 봐야 하는 상황이니.
- 저로서는 현재 당신의 방침에도
이의는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 ……역시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
머릿속이 정리돼서 좋군. 고맙다.
-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어울리지도 않게 진지한 얘기를 했네요.
- 어울리지도 않게라니…… 그렇지는 않아.
내가 아는 넌 항상 진지했으니까.
- 나랑 펠릭스 같은 사람들 외에는
티끌만큼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 ……아니다, 아니구나. 사관학교 시절까지의
네 태도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었지.
- 아하하, 아니라곤 말 못 하겠네요.
저도 바보 같았단 생각은 해요.
- 그렇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만회하도록 해.
아니면 뭐야, 잔소리라도 해 줄까?
- 아~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폐하의 잔소리는 시작되면 끝이 없으니……
- 정말이지…… 잘 들어, 실뱅.
난 널 의지하고 있어.
- 넌 내게 없는 많은 것을 갖고 있어.
부친을 닮아 영리하고, 두뇌 회전도 빠르고……
- 그러는 당신의 강인함을
전 어려서부터 부럽다고 생각했는데요.
-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거겠지.
피차, 없는 걸 너무 부러워하지는 말자.
-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실뱅.
다음에 또 의견을 들려줬으면 해.
- 네, 기꺼이. ……당신 앞에서는 저도
자신을 감추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