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봐, 실뱅. 여기 있군. 조금 전 회의에 대해서 네 의견을 묻고 싶어.
  2. 괜찮긴 한데…… 고티에가의 의향은 아까 아버지에게 들으시지 않았나요?
  3. 고티에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네 의견을 들려줬으면 해.
  4. 평민에게 작위를 주느냐 마느냐 하는 얘기였죠? 결국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5. 맞아. 논점이 된 건 문장이 없는 자를 귀족으로 세워도 되겠는가, 였고.
  6. 그야 물론, 세워도 된다면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7. 당신이 형을 등용했듯이, 유능한 자에게는 지위를 줘서 활용해야 하겠죠.
  8. [HERO_MF][kp4] 애쉬도 훌륭하게 성과를 내 주고 있으니까.
  9. 하지만 거침없이 진행하라곤 말 못 하겠네요. 너무 많이 등용할 거면 전 찬성할 수 없거든요.
  10. 왕국에서 문장의 힘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폐하께서도 모르시지는 않잖아요?
  11. ……물론이야. 게다가 지금은 어느 나라건 문장의 힘을 지닌 피가 옅어지고 있어.
  12. 펠릭스처럼 대문장을 갖고 태어나는 사례도 있다고는 하지만, 극히 드문 이야기이고.
  13. 그럼 지금, 우리 퍼거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죠.
  14. 문장을 잇는 피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틈에 나라를 부흥시켜 군비를 단숨에 증강하거나……
  15. 문장을 잇는 피가 도태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유산에 기대지 않는 체제 확립을 우선시하거나.
  16. 어느 쪽이든 연명 조치이긴 하지만 저로서는 전자가 더 바람직하지 싶네요.
  17. 군비 증강이라는 게 말은 쉽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18. 메마른 땅뿐인 이 왕국이, 비옥한 나라와 경쟁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19. 하지만, 언젠가 형의 등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드렸던 말씀이지만……
  20.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이라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써 봐야 하는 상황이니.
  21. 저로서는 현재 당신의 방침에도 이의는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22. ……역시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 머릿속이 정리돼서 좋군. 고맙다.
  23.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어울리지도 않게 진지한 얘기를 했네요.
  24. 어울리지도 않게라니…… 그렇지는 않아. 내가 아는 넌 항상 진지했으니까.
  25. 나랑 펠릭스 같은 사람들 외에는 티끌만큼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26. ……아니다, 아니구나. 사관학교 시절까지의 네 태도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었지.
  27. 아하하, 아니라곤 말 못 하겠네요. 저도 바보 같았단 생각은 해요.
  28. 그렇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만회하도록 해. 아니면 뭐야, 잔소리라도 해 줄까?
  29. 아~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폐하의 잔소리는 시작되면 끝이 없으니……
  30. 정말이지…… 잘 들어, 실뱅. 난 널 의지하고 있어.
  31. 넌 내게 없는 많은 것을 갖고 있어. 부친을 닮아 영리하고, 두뇌 회전도 빠르고……
  32. 그러는 당신의 강인함을 전 어려서부터 부럽다고 생각했는데요.
  33.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거겠지. 피차, 없는 걸 너무 부러워하지는 말자.
  34.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실뱅. 다음에 또 의견을 들려줬으면 해.
  35. 네, 기꺼이. ……당신 앞에서는 저도 자신을 감추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