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 일부러 습지에 진을 침으로써
기마대의 기세를 꺾은 거군요?
- 맞아. 하지만 루그의 군대는 그 밖에도
미리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
- 함정을 파거나 울타리를 세우는 등의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지.
- 그렇군요……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자세한 내용은 안 나왔었는데……
- 조사해 보니 루그님은 훌륭한 전략가셨군요.
견해가 바뀌었어요.
- 실뱅, 이 작전, 다음 싸움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 물론 그대로 쓰진 못하겠지만
전에 당신이 추천해 준 지리학책에서……
- ……하하. 너 참 대단하구나, 애쉬.
가르치는 족족 흡수해 버리네.
- 로나토 경이 눈여겨볼 만도 했군.
이런 인재가 숨어 있었다니 놀라운걸.
-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잘 가르쳐 주셔서 그런 거죠.
- 그렇다 해도 대단해. 이렇게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녀석은 잘 없거든.
- 이거 참, 폐하가 진심으로 부럽군.
너 같은 기사를 두고 있다니.
- 상황만 된다면 전쟁 후, 구실을 붙여서 널
우리 영지에 데려가고 싶을 정도야.
- 그러지 마세요, 실뱅.
제 주군은 폐하뿐인걸요……
- 이런…… 차이고 말았네.
뭐, 어쩔 수 없지.
- 그런데, 넌 평생 왕가의 기사로서
페르디아에 뼈를 묻을 생각인 거야?
- 그러려고 했는데……
전에 폐하께서 제안해 주신 게 있어서요.
- 이 전쟁이 끝나면 로나토님의 뒤를 이어
가스파르의 성주가 되지 않겠느냐고.
- 호오…… 가스파르의 성주라. 양자라곤 해도
일단 넌 로나토 경의 자식이니까.
- 양자로 삼아 주셨던 로나토님을 죽게 한 저를
마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그런 생각도 들어요.
- 그렇군, 책임이 막중하네.
고티에로 오란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겠어.
- 로나토님이 지켜 온 땅을
다음엔 제 손으로 지키고 싶어요.
- 로나토님이 절 구해 주신 것처럼
이번엔 제가 모두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어요.
- 이제야 손을 내밀어 줄 만한 힘을
얻었으니까요.
- 여전히 성실하구나. ……하지만
그게 네 목표라면 응원할게.
- 왕을 섬기는 기사에게도 교양은 필요하지만
성주가 되면 더욱 교양이 필요해질 거야.
- 뭔가 곤란한 게 있으면 언제든 의지해 줘.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면 가르쳐 줄 테니까.
- ……아~ 나한테도 네 성실함이 옮았나 보다.
- 옮을 것도 없이
당신은 원래부터 성실한 사람이잖아요.
- 제가 보기엔 박식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
- 뭐, 사관학교 시절의 행실은
빼놓고 말이지만……
- 사실이긴 한데, 덧붙일 필요는 없거든.
- 아하하, 농담이에요, 실뱅.
또 이것저것 가르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