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흐음, 너도 봤구나…… 그럼 나랑 마찬가지겠네.
  2. 어머~ 애쉬, 여기 있었구나. 걱정했는데~
  3. 아까 훈련 때 얼굴이 새파랗길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건가 싶어서.
  4. 그…… 그랬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던 건 그냥 기분 탓일 거야. 아하, 아하하……
  5. 으음……? 역시 웃는 표정이 평소보다 굳어 있는 것 같은데……
  6. 그런가, 하하, 하하하…… ……하아. 메르세데스에겐 못 숨기겠어.
  7. 훈련 중에 경사면에서 미끄러졌거든.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는데……
  8. ……그 순간 갑자기 떠오르더라고. 어릴 적에 봤던 진짜 유령이……
  9. 어머, 진짜 유령? 어떤 모습이었는데? 목소리는? 차림새는?
  10. ……앗,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싫으면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돼.
  11. 아니, 괜찮아…… 말할게. 계속 무서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12. ……어느 날, 형님이 열이 나길래 약초를 찾아 아침 일찍 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
  13. 그런데 험한 경사면을 걷던 도중에 안개 속에서 갑자기 큰 그림자가 나타난 거야.
  14. 어머, 너 말고도 산을 오르던 사람이 있었나 보네~?
  15. 아니…… 주변엔 아무도 안 보였고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어.
  16. 유령인 것 같아서 황급히 달아나려고 했는데 경사면에서 발이 미끄러져서……
  17. 어머나, 그럼 안 되지. 발밑은 항상 조심해야 해~
  18. 그, 그렇긴 한데. 그 부분이 문제야? 메르세데스는 이 이야기, 안 무서워?
  19. 으음~ 뭐, 그게…… 내가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
  20. 옛날에 어떤 순례자가 오그마 산맥에서 크고 검은 사람 그림자를 봤다더라구.
  21. 유령이네 흉조네 하며 소란을 피웠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다지 뭐야~
  22. 크고 검은 사람 그림자…… 유령이 아니라면, 대체 뭐였는데?
  23. 후훗, 자기 그림자가 안개에 비쳐 보인 거였대.
  24. 뭐…… 뭐어!? 그럼 설마 내가 본 것도……
  25.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네 그림자였을 수도 있지~
  26. 그, 그렇구나……! 뭐야, 그동안 내 그림자를 무서워했다니, 좀 부끄러운데……
  27. 아냐, 그 이야기를 몰랐으니까 유령이라고 착각할 만도 했어~
  28. 고마워, 그렇게 말해 주니 덜 창피하다……
  29. 아, 맞다. 아직 시간 있으면, 이 사람 얘기도 들어 줄래?
  30. 이 사람?
  31. 응. 이 사람도 전에 진짜 유령을 봤대.
  32. ……잠깐만, 애쉬. 이 사람이라니…… 누구 말하는 거야?
  33. 어…… 누구냐니, 내 옆에 있는…… 어라……?
  34. 그런 사람,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은데……
  35. 처, 처음부터 없었다고……? 그 말은 즉, 그 사람이 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