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음, 너도 봤구나……
그럼 나랑 마찬가지겠네.
- 어머~ 애쉬, 여기 있었구나.
걱정했는데~
- 아까 훈련 때 얼굴이 새파랗길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건가 싶어서.
- 그…… 그랬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던 건
그냥 기분 탓일 거야. 아하, 아하하……
- 으음……? 역시 웃는 표정이
평소보다 굳어 있는 것 같은데……
- 그런가, 하하, 하하하……
……하아. 메르세데스에겐 못 숨기겠어.
- 훈련 중에 경사면에서 미끄러졌거든.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는데……
- ……그 순간 갑자기 떠오르더라고.
어릴 적에 봤던 진짜 유령이……
- 어머, 진짜 유령?
어떤 모습이었는데? 목소리는? 차림새는?
- ……앗,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싫으면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돼.
- 아니, 괜찮아…… 말할게.
계속 무서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 ……어느 날, 형님이 열이 나길래 약초를 찾아
아침 일찍 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
- 그런데 험한 경사면을 걷던 도중에
안개 속에서 갑자기 큰 그림자가 나타난 거야.
- 어머, 너 말고도 산을 오르던
사람이 있었나 보네~?
- 아니…… 주변엔 아무도 안 보였고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어.
- 유령인 것 같아서 황급히 달아나려고 했는데
경사면에서 발이 미끄러져서……
- 어머나, 그럼 안 되지.
발밑은 항상 조심해야 해~
- 그, 그렇긴 한데. 그 부분이 문제야?
메르세데스는 이 이야기, 안 무서워?
- 으음~ 뭐, 그게…… 내가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
- 옛날에 어떤 순례자가 오그마 산맥에서
크고 검은 사람 그림자를 봤다더라구.
- 유령이네 흉조네 하며 소란을 피웠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다지 뭐야~
- 크고 검은 사람 그림자……
유령이 아니라면, 대체 뭐였는데?
- 후훗, 자기 그림자가
안개에 비쳐 보인 거였대.
- 뭐…… 뭐어!?
그럼 설마 내가 본 것도……
-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네 그림자였을 수도 있지~
- 그, 그렇구나……! 뭐야, 그동안
내 그림자를 무서워했다니, 좀 부끄러운데……
- 아냐, 그 이야기를 몰랐으니까
유령이라고 착각할 만도 했어~
- 고마워,
그렇게 말해 주니 덜 창피하다……
- 아, 맞다. 아직 시간 있으면,
이 사람 얘기도 들어 줄래?
- 이 사람?
- 응.
이 사람도 전에 진짜 유령을 봤대.
- ……잠깐만, 애쉬.
이 사람이라니…… 누구 말하는 거야?
- 어…… 누구냐니, 내 옆에 있는……
어라……?
- 그런 사람,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은데……
- 처, 처음부터 없었다고……?
그 말은 즉, 그 사람이 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