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왜 그러세요? 아까 전부터
뭔가 고민이 있으신 것 같은데……
- 앗…… 아뇨, 별일 아니에요.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 당신이 그렇게까지 고민하면
그게 이미 「별일」이죠.
- 저라도 괜찮다면 도와드릴게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 ……그게, 이 일대의 토지가 정말 비옥해서
놀라던 중이었습니다.
- 확실히 이 부근은 퍼거스에서도
제법 풍요로운 지역이죠.
- 북부와 다르게 눈도 적은 편이고,
강도 많아서 어딜 봐도 멋지고……
- 아까 봤던 넓은 보리밭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웠어요.
- ……제 고향엔 그렇게 아름답고
광대한 보리밭은 없습니다.
- 넓게 펼쳐진 황야와 바위뿐.
처음부터 풍족한 땅이 아니었거든요.
- 오랜 시간 땅을 일구고, 바위를 깎아,
먼 후손들을 위해 씨를 계속 뿌려 왔지만……
- 이 땅처럼 가득 펼쳐진 보리밭을 만들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들여야 할까요?
- ……『우리가 흘린 땀과 피가 땅을 적시고,
언젠가 먼 후손들이 살아갈 양식이 되리라』
-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은 그 의미를 잃지 않는다.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너무 비관하지 마세요.
- 후후, 그건 루그님의 대사죠?
저도 좋아합니다, 『루그와 바람의 소녀』.
- 그러고 보니 잉그리트, 그거 아세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아낸 건데……
- 그 이야기에 「다그다처럼 메마른 땅」이란
표현이 나오거든요.
- 뭐, 후세의 시인이 창작한 거겠지만……
궁금해져서 다그다 여행기를 읽어 봤어요.
- 여행기는 그다지 읽은 적이 없네요.
뭐라고 쓰여 있었나요?
- 다그다엔 척박한 땅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이 있대요.
- 심지어 포만감도 무척 크고,
삶아도, 구워도 맛있다더라고요.
- 무슨…… 그런 꿈 같은 작물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만……
- 어쩌면, 샤미아님께 물어보면
이것저것 가르쳐 주실지도 모르겠네요.
- 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면,
제 고향도 조금은 풍족해질까요……?
-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물인지
제대로 조사해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 혹시 제게 뭔가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 그래도 되나요? 갈라테아령의 문제에
왕가의 기사인 당신을 끌어들일 수는……
- 친구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지위 같은 건 상관없죠.
- 그리고…… 저도 어릴 적엔 가난해서
매일 변변히 먹을 것도 없었거든요.
- 그런 괴로움을 겪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일 테니까요.
- ……고맙습니다, 애쉬.
그럼 먼저 그 작물을 조사해 봐야겠군요!
- 전쟁이 끝나면…… 아니, 당장이라도
그 작물을 들여올 방법을 생각해 보죠.
- 무얼 하든, 우선 그게 먼저일 테니까요.
……후후. 어쩐지 기대되기 시작하네요.
- 네! ……이제 정말, 이런 전쟁 따위로
죽을 수는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