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왜 그러세요? 아까 전부터 뭔가 고민이 있으신 것 같은데……
  3. 앗…… 아뇨, 별일 아니에요.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4. 당신이 그렇게까지 고민하면 그게 이미 「별일」이죠.
  5. 저라도 괜찮다면 도와드릴게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6. ……그게, 이 일대의 토지가 정말 비옥해서 놀라던 중이었습니다.
  7. 확실히 이 부근은 퍼거스에서도 제법 풍요로운 지역이죠.
  8. 북부와 다르게 눈도 적은 편이고, 강도 많아서 어딜 봐도 멋지고……
  9. 아까 봤던 넓은 보리밭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웠어요.
  10. ……제 고향엔 그렇게 아름답고 광대한 보리밭은 없습니다.
  11. 넓게 펼쳐진 황야와 바위뿐. 처음부터 풍족한 땅이 아니었거든요.
  12. 오랜 시간 땅을 일구고, 바위를 깎아, 먼 후손들을 위해 씨를 계속 뿌려 왔지만……
  13. 이 땅처럼 가득 펼쳐진 보리밭을 만들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들여야 할까요?
  14. ……『우리가 흘린 땀과 피가 땅을 적시고, 언젠가 먼 후손들이 살아갈 양식이 되리라』
  15.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은 그 의미를 잃지 않는다.
  16.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너무 비관하지 마세요.
  17. 후후, 그건 루그님의 대사죠? 저도 좋아합니다, 『루그와 바람의 소녀』.
  18. 그러고 보니 잉그리트, 그거 아세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아낸 건데……
  19. 그 이야기에 「다그다처럼 메마른 땅」이란 표현이 나오거든요.
  20. 뭐, 후세의 시인이 창작한 거겠지만…… 궁금해져서 다그다 여행기를 읽어 봤어요.
  21. 여행기는 그다지 읽은 적이 없네요. 뭐라고 쓰여 있었나요?
  22. 다그다엔 척박한 땅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이 있대요.
  23. 심지어 포만감도 무척 크고, 삶아도, 구워도 맛있다더라고요.
  24. 무슨…… 그런 꿈 같은 작물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만……
  25. 어쩌면, 샤미아님께 물어보면 이것저것 가르쳐 주실지도 모르겠네요.
  26. 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면, 제 고향도 조금은 풍족해질까요……?
  27.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물인지 제대로 조사해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28. 혹시 제게 뭔가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29. 그래도 되나요? 갈라테아령의 문제에 왕가의 기사인 당신을 끌어들일 수는……
  30. 친구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지위 같은 건 상관없죠.
  31. 그리고…… 저도 어릴 적엔 가난해서 매일 변변히 먹을 것도 없었거든요.
  32. 그런 괴로움을 겪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일 테니까요.
  33. ……고맙습니다, 애쉬. 그럼 먼저 그 작물을 조사해 봐야겠군요!
  34. 전쟁이 끝나면…… 아니, 당장이라도 그 작물을 들여올 방법을 생각해 보죠.
  35. 무얼 하든, 우선 그게 먼저일 테니까요. ……후후. 어쩐지 기대되기 시작하네요.
  36. 네! ……이제 정말, 이런 전쟁 따위로 죽을 수는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