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 응? 왜 그래, 실뱅.
한숨을 다 쉬고…… 땅 꺼지겠어.
- 아니, 우리 부대에 좀 행실이 나쁜
녀석이 있거든. 어째야 하나 싶어서……
- ………………
- ……여보세요, 잉그리트씨?
왜 그런 이상한 표정을 지으시죠~?
- 혹시나 해서 묻는데, 행실이 나쁜 사람이란 게
널 말하는 건 아니지……?
- 너는 참, 날 뭘로 보는 거야.
여신께 맹세코 난 아니야. 우리 병사 얘기지.
- 비품도 부수지, 다른 부대 녀석하고 싸우지,
덕분에 이리저리 사과하러 다니기 바쁘고……
- 그래…… 드디어 내 심정을 이해했구나.
이런 날이 다 오다니, 놀랍네.
- 정말 많이 성장했어, 실뱅……
이거 축하 잔치라도 열어야 하나?
- 좋아, 그럼 고기도 잔뜩 굽고……
가 아니지. 뭘 그리 감동하고 그래?
- 사관학교가 휴교하고, 전쟁이 터지고,
우리 주변 상황은 싫어도 바뀌어 가.
- 폐하도, 펠릭스도 작위를 이어서
죽어라 일하는데……
- 형뻘 되는 내가 시시한 말썽으로
녀석들에게 폐를 끼치면 너무 한심하잖아?
- 실뱅……
- 그러니까! 일일이 감동하지 말라니까!
나 참…… 이게 자업자득이란 건가.
- 미안, 조금 놀려 봤어.
지금까지의 앙갚음인 셈 쳐.
- 요즘 들어 너에 대한 추문이 안 들려서,
나도 한시름 놓은 기분이야.
-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지금에서야 네 존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느끼고 있어.
-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다른
모두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살도록 해.
- 뭐, 내 역할이라고 여기던 일이 사라져서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들긴 하네.
- 한시도 내버려 둘 수 없는 친구를 위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으니까.
-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 괜찮아. 덕분에 이런저런 경험도 했고.
싫었으면 진작에 모른 척했겠지.
- 그렌이 죽었을 때도, 날 방에서
끌어내 준 건 네 목소리였잖아.
- ……어, 그러니까. 나더러 앞으로도
옛날처럼 놀라는 소리야? 곤란한데……
- 바보 같은 소리 마.
- 넵.
- 네 말대로, 싫어도 상황은 바뀌어.
……아무도 예전 그대로 있을 수는 없어.
- 물론 나도, 너도 예외는 아니고……
그게, 아주 조금 쓸쓸하게 느껴져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