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아……
  2. 응? 왜 그래, 실뱅. 한숨을 다 쉬고…… 땅 꺼지겠어.
  3. 아니, 우리 부대에 좀 행실이 나쁜 녀석이 있거든. 어째야 하나 싶어서……
  4. ………………
  5. ……여보세요, 잉그리트씨? 왜 그런 이상한 표정을 지으시죠~?
  6. 혹시나 해서 묻는데, 행실이 나쁜 사람이란 게 널 말하는 건 아니지……?
  7. 너는 참, 날 뭘로 보는 거야. 여신께 맹세코 난 아니야. 우리 병사 얘기지.
  8. 비품도 부수지, 다른 부대 녀석하고 싸우지, 덕분에 이리저리 사과하러 다니기 바쁘고……
  9. 그래…… 드디어 내 심정을 이해했구나. 이런 날이 다 오다니, 놀랍네.
  10. 정말 많이 성장했어, 실뱅…… 이거 축하 잔치라도 열어야 하나?
  11. 좋아, 그럼 고기도 잔뜩 굽고…… 가 아니지. 뭘 그리 감동하고 그래?
  12. 사관학교가 휴교하고, 전쟁이 터지고, 우리 주변 상황은 싫어도 바뀌어 가.
  13. 폐하도, 펠릭스도 작위를 이어서 죽어라 일하는데……
  14. 형뻘 되는 내가 시시한 말썽으로 녀석들에게 폐를 끼치면 너무 한심하잖아?
  15. 실뱅……
  16. 그러니까! 일일이 감동하지 말라니까! 나 참…… 이게 자업자득이란 건가.
  17. 미안, 조금 놀려 봤어. 지금까지의 앙갚음인 셈 쳐.
  18. 요즘 들어 너에 대한 추문이 안 들려서, 나도 한시름 놓은 기분이야.
  19.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지금에서야 네 존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느끼고 있어.
  20.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다른 모두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살도록 해.
  21. 뭐, 내 역할이라고 여기던 일이 사라져서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들긴 하네.
  22. 한시도 내버려 둘 수 없는 친구를 위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으니까.
  23.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24. 괜찮아. 덕분에 이런저런 경험도 했고. 싫었으면 진작에 모른 척했겠지.
  25. 그렌이 죽었을 때도, 날 방에서 끌어내 준 건 네 목소리였잖아.
  26. ……어, 그러니까. 나더러 앞으로도 옛날처럼 놀라는 소리야? 곤란한데……
  27. 바보 같은 소리 마.
  28. 넵.
  29. 네 말대로, 싫어도 상황은 바뀌어. ……아무도 예전 그대로 있을 수는 없어.
  30. 물론 나도, 너도 예외는 아니고…… 그게, 아주 조금 쓸쓸하게 느껴져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