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시테아, 잠깐 괜찮아? 이야기해 두고 싶은 게 있어서.
  2. ……괜찮긴 한데, 짧게 부탁드려요. 제가 이래 보여도 좀 바쁘거든요.
  3. 그래, 네가 한가한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
  4. 그럼, 최대한 짧게 이야기할게…… 저번 전투 말이야.
  5. 솔직히, 칭찬할 만한 싸움 방식은 아니었어. 너답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6. ……당신이 말하는 「답지 않다」는 게 뭔가요?
  7. 싸움을 최단 시간으로 끝내려면,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었어요.
  8. 결과적으로,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였고요. 불평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9. ……이번엔 그랬지.
  10.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적진 않았어. 나였다면 그렇게 운에 맡긴 채 싸우지는 않았을 거야.
  11. 최악의 경우엔 네 부대가 전멸할 수도 있었어. 장수며 병사며 전부 다 죽었을 거라고.
  12.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게 전술의 정석 아니겠어? 우수한 너라면, 그 정도쯤은……
  13. 네네, 설교는 그 정도로만 하세요. 잘 알고 있다고요, 그 정도쯤은……
  14. 하지만, 그 상황에서 제 부대가 무리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싸움이 길어졌을 거예요.
  15. 결판이 다음 날로 미뤄지고, 날이 밝아 적의 포진이 바뀌면, 작전도 다시 짜야 하고요.
  16. 상황에 따라서는 결판이 날 때까지 거기서 며칠 더 걸릴 가능성도 있었어요.
  17. 제가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고민한 끝에 한 행동이에요. 실패도 각오했고요.
  18. ……쓸데없는 각오야.
  19. 그야 싸움이 며칠 더 길어지면 다른 전황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겠지.
  20. 하지만, 그게 어때서? 저울질해 봐야 네 목숨이 훨씬 더 중요하잖아.
  21. 부탁해, 리시테아. 이제 그렇게 무리해서 싸우진 않겠다고 약속해 줘.
  22. ……죄송해요, 약속은 할 수 없어요.
  23. 너뿐만이 아니라, 네가 이끄는 병사들까지 위험에 빠지는 데도? 그래선……
  24. 장수로서 실격, 인가요. 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25. 제게 장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부대에서 빼셔도 상관없어요.
  26. 당신에게는 그럴 권한이 있으니까요. 좋을 대로 하세요.
  27. ………………
  28. 그때까지는 저도 좋을 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실례.
  29. 나 원……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저렇게 완고하니 어쩔 수가 없네.
  30.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면, 어떻게든 지켜 줄 수밖에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