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시테아, 잠깐 괜찮아?
이야기해 두고 싶은 게 있어서.
- ……괜찮긴 한데, 짧게 부탁드려요.
제가 이래 보여도 좀 바쁘거든요.
- 그래, 네가 한가한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
- 그럼, 최대한 짧게 이야기할게……
저번 전투 말이야.
- 솔직히, 칭찬할 만한 싸움 방식은 아니었어.
너답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 ……당신이 말하는 「답지 않다」는 게
뭔가요?
- 싸움을 최단 시간으로 끝내려면,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었어요.
- 결과적으로,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였고요.
불평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 ……이번엔 그랬지.
-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적진 않았어. 나였다면
그렇게 운에 맡긴 채 싸우지는 않았을 거야.
- 최악의 경우엔 네 부대가 전멸할 수도 있었어.
장수며 병사며 전부 다 죽었을 거라고.
-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게 전술의 정석
아니겠어? 우수한 너라면, 그 정도쯤은……
- 네네, 설교는 그 정도로만 하세요.
잘 알고 있다고요, 그 정도쯤은……
- 하지만, 그 상황에서 제 부대가 무리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싸움이 길어졌을 거예요.
- 결판이 다음 날로 미뤄지고, 날이 밝아 적의
포진이 바뀌면, 작전도 다시 짜야 하고요.
- 상황에 따라서는 결판이 날 때까지
거기서 며칠 더 걸릴 가능성도 있었어요.
- 제가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고민한 끝에 한 행동이에요. 실패도 각오했고요.
- ……쓸데없는 각오야.
- 그야 싸움이 며칠 더 길어지면
다른 전황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겠지.
- 하지만, 그게 어때서? 저울질해 봐야
네 목숨이 훨씬 더 중요하잖아.
- 부탁해, 리시테아. 이제 그렇게
무리해서 싸우진 않겠다고 약속해 줘.
- ……죄송해요, 약속은 할 수 없어요.
- 너뿐만이 아니라, 네가 이끄는 병사들까지
위험에 빠지는 데도? 그래선……
- 장수로서 실격, 인가요.
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제게 장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부대에서 빼셔도 상관없어요.
- 당신에게는 그럴 권한이 있으니까요.
좋을 대로 하세요.
- ………………
- 그때까지는 저도 좋을 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실례.
- 나 원……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저렇게 완고하니 어쩔 수가 없네.
-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면,
어떻게든 지켜 줄 수밖에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