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에게는 문장이 없습니다……
- 어째서 그렇게 완고하게 감추는 거지?
역시 자네가 가진 문장은……
- ……! 이러지 마세요!
- 당신, 뭐 하는 거예요?
- 리, 리시테아씨……
- 문장이 뭐라고요? 그 이야기,
저에게도 들려주었으면 하는데요.
- 문장학에 대해 늘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관심이 많거든요. 자, 말해 보세요.
- 단, 논거는 확실하게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망언을 하신다면……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 이래 봬도 제가
이 부대 장수 중 한 명이거든요.
- ……됐다. 이미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만 실례하지.
- 저, 저기…… 감사합니다,
리시테아씨……
- 제가 멋대로 끼어든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 ………………
- ……당신, 문장에 대해서
뭔가 비밀을 품고 있나 보네요.
- 저기, 그건……
-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있으니까요.
- ………………
- 저에게도 있고……
그래서 남 일처럼 생각할 수가 없네요.
- ……네?
-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세요.
비밀 있는 사람끼리 사양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 ………………
- 아, 딱히 당신을 동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에요.
- 하지만…… 당신도 뭔가 비밀을 품고 있어서
괴롭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 지금껏 당신에게 조금 차갑게
대해 왔던 것 같아서……
- 그렇지 않아요.
전혀 차갑지도 않고……
- 저는…… 항상 강하고 착실한
리시테아씨가 부러웠어요.
- 하지만, 당신도 저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계셨군요……
- 어, 어떤 비밀인지는 알려 주지 않을 거예요.
- 네…… 하지만 언젠가
제 비밀을 들어 주시겠어요?
- 당신과 함께라면
그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래요. 들어서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 제가 문장학은 잘 알거든요. 아까 그
학자 같은 남자 따윈 비교가 안 될 정도로요.
- 감사합니다.
조금 힘이 나는 것 같네요.
-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하는데
조금, 이라고요?
- 아, 아뇨…… 아주 많이 힘이 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