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스파르가 떠넘긴 이거, 어떻게 하지……
  2. 어떻게 하지, 이거…… 일단 받긴 했는데.
  3. 아무리 레오니라도 필요 없을 것 같지만, 한번 물어나 볼까……
  4. 안녕, 레오니. 누구 만나기로 했어?
  5. 네가 불렀잖아…… 설마 까먹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6. 아, 맞다. 너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지 참.
  7. 너, 정말로 까먹었단 말이야……?
  8. 에이, 진정해. 그보다 이것 좀 봐 봐.
  9. 필요 없어서 처분하려는 건데, 어쩌면 레오니가……
  10. 뭐어? 이걸 버리려고 했어? 아깝게시리. 내가 받을게.
  11. 정말? 너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는데……
  12. 그야 당연히, 쓸 수 있는 건 써야 하니까.
  13. 여기저기 글자가 적혀 있어서, 종이로서의 역할이 완전히 끝났는데도?
  14. 아직 여백이 많이 남았잖아. 적을 데가 없어지면 불쏘시개로도 쓸 수 있고.
  15. 아무튼 필요 없는 거면, 내가 받을게! 괜찮지?
  16. 그래, 물론이야. 다 가져가.
  17. 응. 그럼 내 쪽에서도 답례로 뭔가…… 주고 싶긴 한데, 뭐가 있더라……?
  18. 으~음…… 미안, 이런 것밖에 없네. 얼마 전에 숲에서 주운 거야.
  19. 화살촉으로 쓸 만할까 싶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가공할 수가 없더라고.
  20. 이건, 설마……! 고대 유적의 파편……!?
  21. 레오니, 대단하잖아. 이런 걸 발견하다니.
  22. 기꺼이 받을게. 덤으로 어디서 주웠는지 좀 알려 줄래?
  23. 그래,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렇게나 갖고 싶은 물건이었어?
  24. 응. 고마워, 레오니. 오늘 낮잠을 거를 정도의 발견이야.
  25. 그렇게 말하니 뭔가 와닿지는 않는데…… 뭐, 네가 기쁘다니 다행이다.
  26. 나야말로, 레오니가 필요 없는 물건을 받아 줘서 살았어.
  27. 근데 이런 일도 다 있네. 서로 본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28. 상대방에게는 이렇게나 기쁜 물건이 되다니 말이야.
  29. 그건 너와 나라는 특별한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야.
  30. 뭐? 두 사람의 관계?
  31. 그래, 우리 둘의 가치관은 극과 극이라고도 할 수 있잖아?
  32. 이런 관계는 우리 동료들을 둘러봐도 그리…… 아니, 꽤 있을지도 모르겠네.
  33. 그렇게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나 봐.
  34. 뭐야 그게. 넌 참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35. 뭐 그래도, 필요 없는 물건을 서로 주고받기엔 좋은 관계잖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레오니.
  36. 응, 물론이야. 뭘 부탁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