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스파르가 떠넘긴 이거,
어떻게 하지……
- 어떻게 하지, 이거……
일단 받긴 했는데.
- 아무리 레오니라도 필요 없을 것 같지만,
한번 물어나 볼까……
- 안녕, 레오니.
누구 만나기로 했어?
- 네가 불렀잖아……
설마 까먹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 아, 맞다.
너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지 참.
- 너, 정말로 까먹었단 말이야……?
- 에이, 진정해.
그보다 이것 좀 봐 봐.
- 필요 없어서 처분하려는 건데,
어쩌면 레오니가……
- 뭐어? 이걸 버리려고 했어?
아깝게시리. 내가 받을게.
- 정말? 너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는데……
- 그야 당연히,
쓸 수 있는 건 써야 하니까.
- 여기저기 글자가 적혀 있어서,
종이로서의 역할이 완전히 끝났는데도?
- 아직 여백이 많이 남았잖아.
적을 데가 없어지면 불쏘시개로도 쓸 수 있고.
- 아무튼 필요 없는 거면, 내가 받을게!
괜찮지?
- 그래, 물론이야.
다 가져가.
- 응. 그럼 내 쪽에서도 답례로 뭔가……
주고 싶긴 한데, 뭐가 있더라……?
- 으~음…… 미안, 이런 것밖에 없네.
얼마 전에 숲에서 주운 거야.
- 화살촉으로 쓸 만할까 싶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가공할 수가 없더라고.
- 이건, 설마……!
고대 유적의 파편……!?
- 레오니, 대단하잖아.
이런 걸 발견하다니.
- 기꺼이 받을게.
덤으로 어디서 주웠는지 좀 알려 줄래?
- 그래,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렇게나 갖고 싶은 물건이었어?
- 응. 고마워, 레오니.
오늘 낮잠을 거를 정도의 발견이야.
- 그렇게 말하니 뭔가 와닿지는 않는데……
뭐, 네가 기쁘다니 다행이다.
- 나야말로, 레오니가 필요 없는 물건을
받아 줘서 살았어.
- 근데 이런 일도 다 있네.
서로 본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 상대방에게는 이렇게나 기쁜 물건이
되다니 말이야.
- 그건 너와 나라는
특별한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야.
- 뭐? 두 사람의 관계?
- 그래, 우리 둘의 가치관은
극과 극이라고도 할 수 있잖아?
- 이런 관계는 우리 동료들을 둘러봐도
그리…… 아니, 꽤 있을지도 모르겠네.
- 그렇게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나 봐.
- 뭐야 그게.
넌 참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 뭐 그래도, 필요 없는 물건을 서로 주고받기엔
좋은 관계잖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레오니.
- 응, 물론이야.
뭘 부탁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