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어, 아네트양. 안녕.
오늘도 넌 발랄하고도 가련한 꽃 같구나.
- ………………
……안녕, 로렌츠!
- 아네트양?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 딱히……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닌데.
그냥 잠깐 옛날 일이 생각나서 그랬어.
- 마도학원에 다닐 적에
귀족 애한테 바보 취급을 당한 적이 있어서……
- 뭣? 대체 누가 그런 짓을?
- 너 정도의 재원을 두고 바보 취급을 하는
귀족이 있다면 얼굴을 보며 대놓고 비웃어 주마.
- 흐음…… 그럼 로렌츠가
거울을 보고 비웃어야 할 텐데……
- ……윽, 그건 무슨 뜻이지?
설마 널 바보 취급한 게 바로 나라고?
- 그래. 마도학원에서 처음 만난 나를
바보 취급한 거, 기억하고 있다구.
- 『어라, 이런 꼬마가 있다니 미아인가.
부모님은 어디 있는지 알겠니?』
- 『명문으로 유명한 왕도 마도학원에 안 어울리게
동네 꼬마가 있으면 바보 취급 받을 텐데』라고!
- 하아…… 미아는 무슨.
내가 화낼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윽, 어렴풋하지만 기억났어.
그렇군, 네가 그때 그 동네 꼬마였구나!
- 아아, 아니지…… 넌 동네 꼬마가 아니라
도미닉 남작의 조카딸이었지.
- 이거 참으로 면목 없는 짓을 했군.
내 무례를 부디 용서해 줘.
- ……뭐, 그래, 딱히 상관은 없는데.
마음에 담아 두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이니……
- 학원에서 다시 너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그때 오해가 풀렸을 텐데……
- 아마 그날을 마지막으로 너와 학원에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을 테니까.
- 듣고 보니 그날 이후로
학원에서 로렌츠를 못 본 것 같네.
- 그 후에 바로 동맹령으로 귀환하라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거든.
- 국왕의 타계로 왕국 내의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말았으니까.
- 아 그래, 그렇구나……
"더스커의 비극" 말이지……
- 잘못하면 왕국과 동맹,
양국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었어.
- 그런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단기간에 학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
- 그랬구나…… 그랬는데 지금 이렇게
또 같이 있다니, 신기한 인연이네.
- 그래. 마도학원, 사관학교에 이어서
세 번째 인연이니까. 잘 부탁한다.
- 응! ……아, 그래도 또 날 꼬마라고
부르면 이번엔 가만 안 둘 거야.
-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 약속하지. 그리고
그때의 사죄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네 힘이 되어 줄 것을
약속하겠어.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줘.
- 나…… 로렌츠 헤르만 글로스터가
곧장 달려갈 테니!
- 하~하하하하!
- 아,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