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렌, 이야기 들었다.
네가 또 기사단을 도우러 갔다더구나.
- 부상자가 모인 곳까지 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모두를 치료하고 있었다고……
- 대체 무슨 생각인 것이냐.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어?
- ……죄송해요, 오라버니. 하지만 저에게
기사단 분들이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 자신을 더 걱정해야지……!
- ……그때의 전투에서도 다친 사람들을
치료한다며 네가 힘을 계속 썼었지.
- 네…… 치료하고 치료해도
부상자가 계속 늘어만 갔으니까요……
- 어린 네 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거다.
그래도 너는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지.
- 그 결과, 넌…… 몇 번이고 긴 휴면기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 되었다……
- 너도 그걸 잊은 건 아니겠지?
- ……물론이죠.
-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간
다음번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어.
- 네…… 저도 매일 밤 불안해요.
아침에 제대로 눈을 뜰 수 있을지.
- 하지만 그 불안 때문에 힘을 쓰지 않는다면
상처 입은 분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 그러면, 너무 가엽잖아요.
게다가 만약 이 전쟁에서 지면……
- 흐렌……
- 만약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키겠다.
- 내 아내…… 네 어머니에게 맹세하마.
- ……저, 아버지.
전 이런 생각이 들어요.
- 포드라 사람들이 사이좋게 사는 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요?
- 모두가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전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텐데……
- 그래……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 하지만, 싸우는 자들의 대부분은
분명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 그러니, 이 전쟁의 끝에는……
그런 평화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 그렇게 되기 위해 내가 최선을 다하마.
네가 무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 아버지……
- 만약 너를 잃기라도 하면
난 살아갈 의미를 잃고 말 거다.
- 앞으로도, 부녀끼리……
- 아버지도 참……
저도 계속 곁에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 언제까지고 어린아이로 있진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무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 제가 독립할 때까지는
계속 아버지 곁에 있을 거예요.
- 아버지를 혼자 두게 되면
어머니에게 혼날 테니까요.
- 그래, 고맙다. 흐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