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저질러 버렸네……
- 오, 여기에 있었군, 발타자르.
……왜 그래,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 율리스구나…… 내 말 좀 들어 봐.
사실 아까 용병들이랑 내기를 했는데 말이지……
- 아아, 알겠다. 졌구나. 그런 것보다……
너에게 해 줄 중요한 얘기가 있어.
- 내 저녁이 걸린 큰 판을 그런 것으로
취급할 정도면, 어지간히 중요한 거겠지?
- 아니 그게, 내 단골 중 하나가 빈털터리에
몸집이 큰 어딘가의 바보를 찾고 있거든.
- ……그게 다야?
평소처럼 싹 다 정리해 버리면 되지.
- 그렇게 당해 줄 수는 없으니까
일부러 알려 주러 온 거잖냐.
- 단골 쪽에 꽤 많은 부하를 빌려줬거든.
너같이 난폭한 사람이 죽이게 놔둘 순 없지.
- 철수시키면 될 텐데, 그럴 수 없다는 얘기야?
그렇다면 날려 버리는 수밖에……
- 멍청한 소리. 그런 짓 하기만 해 봐.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 온갖 연줄을 다 써서 네가 앞으로
평생 내기에서 지게 해 주마.
- 뭐어!? 그러진 말자.
아니 너라면 진짜로 할 것 같아서 하는 소리야.
- 알았으면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이대로 적당히 몸을 숨기고 있어. 알겠냐.
- ……그나저나 넌, 여전히 귀찮은
녀석들에게 쫓겨 다니는구나.
- 이래 봬도 전보단 나아진 거야.
내 목도 꽤 저렴해졌다니까.
- 그에 비해 실력은 좋아졌어.
용병이 되어 무슨 일이든 하면서부터……
- 이야~ 내기가 그렇게 재밌어지더라고.
덕분에 아무리 일해도 주머니는 텅 비어 있지만!
- ……듣고만 있어도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군.
내가 하피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정말.
- ……듣고만 있어도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군.
네 사전에 절제라는 말은 없냐.
- 그러는 너야말로 지하에서 나온 이후로
어디서 뭘 하고 다녔던 거야.
- 내가 하던 일을 하러 돌아갔을 뿐이야.
사관학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있던 곳으로.
- 하지만, 부하니 뭐니를 먹여 살리려니
용병 같은 일도 해야 해서……
- 상당히 힘든 2년이었어.
덕분에 이 호리호리한 몸에도 근육이 제대로……
- 그래? 하나도 안 변했는데.
검술 실력은 많이 좋아진 것 같지만.
- 싸우다 보니 싫어도 실력은 늘더라.
좋아서 싸우는 너만큼은 아니지만.
- 이 주먹 하나로 살아왔으니까.
누가 상대든 지지는 않을 거다.
- ……아, 근데 율리스. 내가 지금
엄청나게 재밌는 게 생각이 났는데……
- 뭐냐, 갑자기.
어차피 이상한 소리겠지만, 들어는 주마.
- 내가 이대로 숨어 있으면 네 부하,
잘하면 너한테까지 책임을 묻겠지.
- 그렇겠지. 나는 그거까지 생각하고
너에게 창을 거두라고 부탁하러 온 거야.
- 하지만, 소중한 전우가 고생하는 걸
나로선 간과할 수가 없거든.
- ……발타자르.
- 그러니 고생하는 게 나일지 너일지
이번엔 내기로 정하는 게 어때.
- 정식으로 승부해서 나한테 지면
너도 사심 이외의 이유가 생기게 되잖아?
- 그 단골에게서 부하를 철수시키기 위한
이유가 말이야.
- ……일단 물어보는 건데,
네가 지면 어떻게 할 거냐, 그 도박.
-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으니 맨몸으로
그 녀석들 앞에 뛰어들어서 무조건 도망쳐야지.
- 노출과 내기를 그렇게 좋아하니 나아지지가 않지.
그러니까 네 주머니가 텅텅 비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