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음, 네가 이걸……
이야, 기뻐. 같이 먹자.
- 내가 너에게 뭔가 했던가……
아니, 고맙게 받긴 하겠지만.
- 아까우니까 먹긴 하겠는데,
다음부터는 다른 걸로 부탁해도 될까……?
- 낮잠 자는 편이 더 좋은데 말이지.
도착하고 나서 잘 시간은 있어?
- 부탁인데, 자기 좋은 장소까지 달려가서
같이 낮잠 자자.
- 뭐라 표현해야 할까…… 평화로운 장소네.
마음대로 자면서 뒹굴거릴 수도 있고.
- ……앗! 이런, 잠들었었네……
여기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니까……
- 하아…… 올라가는 고생만 없으면,
산에서 보는 경치는 훌륭한데 말이지.
- 물가에서 자는 건 그만두는 게 좋을걸?
익사할 위험이 있거든. 너도 잘 알잖아?
- 네 노래를 듣는 건 신선하네.
또 뭔가 보여 줄 만한 거 없어?
- 그렇구나, 너는 식욕이 왕성하네.
나는 수면욕이 왕성하거든, 잘 자~
- 응? 뭐, 상관없지만…… 옛날부터 카스파르에게
억지로 끌려다녀서 숲에 자주 들어갔었거든.
- 달콤한 과일로 부탁할게.
떫거나 시면 곤란해.
- 너는…… 아니, 아무것도 아냐.
본격적으로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돌아갈까?
- 음, 모처럼 온 거잖아.
괜찮아질지도 모르니까 상태를 볼까.
- 물론 나도 같이 할게.
낚시는 싫어하지 않아.
- 그러면 젖은 옷은 어떻게 하려고?
앞뒤 생각 안 하는 게 너의 매력이긴 하지만.
- 흐아암…… 자도 괜찮지……?
네가 함께라 안심이 돼서……
- 미안, 미안. 네 생각 좀 하느라
이야기를 못 들었네. 뭔가 말했어?
- 너는 문장을 지니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지금도 신기해.
- 조금만 더 쉬자.
말에 타는 것도 꽤 중노동이잖아.
- 헤브링령 방문해 본 적 있어? 영도는
험한 골짜기에 있어서, 언덕이 무지막지해.
- 제국 귀족은 자주 제도에서 얼굴을 마주하니까,
애들끼리도 왠지 모르게 아는 사람이 많아.
- ………………
대화가 끊겼을 때의 정적이 좋더라고.
- 나는 너랑 이렇게 있는 시간이 좋더라.
너는 어때, 좋아?
- 지금 가장 걱정인 건, 아버지 뒤를 강제로 이어
싫어하는 정치가가 될 가능성이려나.
- 평화롭고 언제든지 낮잠 잘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 고민해 봤자 어쩔 수 없잖아. 답을 내놓거나,
깔끔하게 포기하고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인걸.
- 나는 제멋대로 살고 있으니까,
분명 가족들은 좋게 생각하지 않겠지.
- 추억이라…… 읽었던 책 이야기랑
카스파르 이야기, 어느 쪽이 좋아?
- 모두가 부지런해서 큰 도움이 돼.
그 이유가 전쟁만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 우선 싸움이 특기라는 전제를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난 마법이 좋아.
- 너를 좋을 대로 연구해도 된다는 이야기야?
……아니구나. 그럼 됐어.
- 아직 이변 같은 건 없어?
솔직히, 네 몸은 무척 걱정되거든.
- 음~ 좋다고 하면 좋고
나쁘다고 하면 나쁜…… 그런 느낌이려나.
- 여전히 졸리긴 한데, 나야 원래 그랬으니까……
하암…… 쿨……
- 이 머리끈 말이야? 옛날에 누가 묶어 준 거야.
자고 있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 머리 손질, 귀찮단 말이지……
가늘어서 내버려 뒀다간 엉켜 버리고……
- 응? 졸린 듯한 표정이라고? 뭐 졸리긴 한데……
오늘은 아침잠도 낮잠도 못 잤으니까.
-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거려나…… 종종 피부가
예쁘다며 칭찬받거든. 기분 나쁘지는 않더라.
- 이 책이 신경 쓰여? 꽤 재밌어.
읽을 수 없는 고어로 쓰인 점이 특히 말이지.
- 순식간에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을 누군가 발명해
주지 않으려나. 귀찮다는 생각 안 들어?
- 조금 정신없긴 했지만, 즐거웠어.
또 불러 줘.
- 이야, 낮잠 시간이 없었던 것만 빼면 최고였어.
고마워.
- 할 수 있는 만큼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