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아마 좋아했을 거야……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 꼬드기려 들지 않는 상대와 하는 식사는
마음이 편하네. 후훗.
- 이거,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먹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겠지, 고마워.
- 나들이? ……음~ 좋아.
당신은 믿으니까.
- 어디로 갈 거야?
괜찮아, 좀 더 편하게 권유해 줘.
- 모처럼이니 여기서 마음껏
뒹굴 수 있는 옷을 입고 올 걸 그랬어.
- 나무에 옷이 걸릴 것 같아.
당신도 조심해.
- 멀리까지 내려다보여서 좋네.
뭐 재밌는 거 있어?
- 운치도 있고, 밀회하기에 딱 좋은 장소인걸.
우후후.
- 당신의 노래는 소박해서 좋네.
나도 한 곡 불러 볼까.
- 그러네. 말을 타고 오다 보니까
배도 고프고.
- 무슨 소리야, 저기 뻔히 사람이 있는데.
저 사람, 나무 열매 모으고 있는 걸까.
- 응?
……농담, 이지?
- 어쩐지 능숙하네, 당신.
아니야, 고맙게 빌릴게.
- 모처럼이니 조금만 더 즐기자.
아직 시간 여유도 조금 있는 것 같고.
- 그럼 우리 둘이서 작은 배를 타면
계속 표류해 버리겠네.
- 뱃멀미했던 경험 있어?
나는 마차에서 멀미한 적 있거든.
- 가끔이라면 이렇게 둘이서 쉬어도
안 혼나겠지?
- 가극단 사람들 말이야, 이런 시대에도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더라.
- 만일 내가 죽는다면, 당신은 울어 줄까?
……만약의 이야기야.
- 남방 교회가 폐지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면,
나 같은 고아도 고통받지 않아도 됐었으려나.
- 당신도 별로 긍지 같은 거에 연연하지 않네.
용병은 그런 사람이 많은 걸까?
- 당신을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가 않아.
마치 나와는 동떨어진 생물 같아서……
- 당신에게 꿈은 없어? 계속 용병을 할 거야?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 말이야.
- 노래, 춤, 장식품 같은 거려나…… 가극단에
권유받아서 정말로 다행이었지, 나.
- ……자신을 좋아할 수가 없어.
아, 농담이야. 교만한 귀족님이 싫더라.
- 재산과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얼굴이 취향인
사람과 결혼해서 따뜻한 가정을…… 듣고 있어?
- 고민은 끝이 없는걸? 맞아, 예를 들어 전선에서
싸우다 보니 들고 다닐 수 있는 의복의 양이……
- 어머니는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지만……
가극단 사람들도 내게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 정말, 싫어하는 걸 떠올리게 하지 말아 줘.
내 과거라니……
- 글쎄, 가문은 확실한 사람이 많아서……
어라? 결혼 상대 이야기 아니었어?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마법이 가장
상대를 죽인다는 감각이 덜해서 좋아.
- 그런 걸 면전에서 대놓고 물어보는 거야?
믿음직한 동료라고 생각해.
- 후후후, 비밀이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안 알려 줄래.
- 좋다고는 할 수 없겠네.
계속 싸우기만 해서 우울해졌거든.
- 조금 기쁜 일이 있었으니까,
오늘 상태는 나쁘지 않으려나?
- 언제부터였더라.
흘러내리는 듯한 장발을 동경했거든.
- 이 머리 장식은 물려받은 거야.
가극단 시절, 아주 소중한 선배님께서 주셨어.
- 나도 당신을 찬찬~히 관찰해 볼까?
- 왜 그래?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나한테 푹 빠져 버린 거야?
- 후후, 가극단 시절 의상을 의식해 만든 옷이야.
마음에 들어?
- 뭐야 정말.
당신만 아니었으면 한 대 때려 줬을 거야.
- 오늘은 고마워.
생각보다 두근두근하더라.
- 고마워, 멋진 기분 전환이 됐어.
또 불러 줄래?
- 같이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