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고마워!
나 이거 엄청 좋아하거든.
- 고마워. 배고픔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지.
- 윽…… 마음은 고마운데 별로 안 좋아하는 거라.
아까우니까 네가 먹어 주라.
- 어라, 벌써 와 있었네.
그럼 바로 출발할까?
- 미안, 서둘렀는데 늦었네.
그럼 가 볼까!
- 이렇게 몸을 숨길 만한 데가 없는 곳에서는
사냥감에게 다가가기 어렵단 말이지.
- 오, 저길 봐.
짐승 발자국이야…… 꽤 큰걸.
- 절경인데! 천마에 타는 녀석도 아마
이렇게까지 높이 날아 보지는 못 했을 거야.
- 오, 괜찮아 보이는 물가인걸.
이런 곳에는 야생 동물이 모여들거든.
- 나한테 주는 거야?
기쁘긴 한데……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
- 잠깐, 함부로 벌레를 만지면 안 돼.
독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그렇게 나와야지!
이 숲이면 사냥하기에 딱 좋겠는데.
- 음~ 뭐, 작고 귀여운 녀석들은
사냥하지 말고 내버려 둘까.
- 제대로 처치하는 법 익혀 뒀네.
뭐, 용병이니까 당연한가.
- 너를? 음, 어쩔 수 없나.
이거 하반신에 좋은 단련이 되겠는걸……
- 낚싯줄을 드리우면서 사냥감을 기다리면
시간 낭비가 없어서 좋을지도 모르겠다.
- 괜찮긴 한데, 둘이 같이 감기에 걸렸다간
좀 난처하지 않을까?
- 문장이 없어도 강한 녀석은 강하잖아.
그런 걸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아.
- 마을 사람들에게 빚져 가며 들어간 사관학교가
금방 휴교하는 바람에 정말 실망했었지.
- 그렇게 손재주가 없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그림 재능은 전혀 없단 말이지, 나.
- 마을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영주님 얼굴도
모르고 지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 이런 세상이니까,
귀족이니 평민이니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 어떻게 용병이 되긴 했는데, 견습은 전혀
돈벌이가 안 되더라고.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지.
- 인생을 바꿔 버리는 듯한 운명적인 만남 말이야,
누구나 한 번은 있지 않을까.
- 어릴 때부터 사냥해 왔으니까,
사냥은 취미라기보다는 생활의 일부지.
- 어릴 적에 거미한테 물린 적이 있거든.
그 이후로 엄청 싫어하게 됐어.
- 언젠가 멋있는 이명으로 불리는
일류 용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는걸.
- 음, 역시 용병으로서
아직 영 시원찮은 게 고민이려나.
- 아버지는 마을 사냥꾼이었어. 할아버지랑
증조할아버지, 아마 고조할아버지도 그랬을걸.
- 마을에서 사는 건 나름대로 즐거웠어.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자각조차 없었지.
- 물론 서로 돕는 게 동료긴 하지만,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동료도 있어.
- 수단을 가리지 말고 승리에 집착하라……
이게 바로 제랄트류 전술의 기본이야.
- 용병으로서는 네가 선배니까,
여러모로 알려 줬으면 좋겠어.
- 너는 이상한 힘을 쓰면서 싸우니까
참고하기는 어렵단 말이지.
- 뭐, 군에서 고용해 준 덕분에
밥이 궁하지는 않게 됐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련할수록 강해진다는
실감이 났었는데, 요즘은 정체된 느낌이야.
- 머리카락을 예쁘게 묶어 올리는 거,
나에겐 너무 어려워. 할 엄두도 안 나.
- 이래 봬도 매일 아침, 눌린 머리는 정돈해.
예의상 그 정도는 해 줘야지.
- 뭐야, 사람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뭐, 닳는 것도 아니고 딱히 상관없지만.
- 예뻐지기보다는 강해지고 싶어.
……이게 그렇게 이상한 생각인가?
- 체격이 좋지 않다 보니까,
힘보다는 기술로 승부할 수 있게 되고 싶어.
- 기술로 승부……라고는 해도, 근력을 기르는 건
필요하겠지. 다음에 단련 좀 같이 해 주라.
- 다음엔 좀 더 사냥감이 있을 만한 곳으로 가자.
그럼, 또 봐.
- 즐거운 하루를 보내서 좋았어.
또 불러 줘.
- 응, 협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