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오…… 너도 이걸 좋아하나?
으하하, 취향이 잘 맞는군!
- 이건 네가 만든 건가?
제법 솜씨가 좋은데.
- 모처럼 만들어 준 걸
헛되게 할 수는 없지.
- 그럼,
천천히 가 보자고.
- 어이쿠…… 벌써 와 있었군.
미안하다, 기다리게 해서.
- 뭐, 난 대충 쉬고 있을 테니까
너도 대충 산책이나 하다 오지 그러냐.
- 가끔은 숲속을 거니는 것도 나쁘지 않군.
근처에서 버섯이나 따서 갈까?
- 등산은 또 오랜만이군.
마지막으로 오른 게 몇십 년 전이었더라.
- 오! 큰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잖아!
이거 낚시할 맛이 나겠어.
- ……훗. 그러고 보니 어디 사는 누구도
꽃을 좋아한다 했었던가.
- 으하하. 주위에 날아다니던 벌레를
선물 대신으로 삼다니, 웃기는 녀석일세.
- 좋은 생각이지만…… 네 발치에 있는 녀석은
관둬라. 예전에 잘못 걸린 적이 있거든……
- 과일은 술안주로는 못 쓰지만……
크크, 과실주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군.
- 걱정 마라. 오랫동안 말을 타서 그런지
발끝의 감각이 둔해진 모양이야.
- 아…… 관둬라, 관둬. 무거울 거다.
이래 봬도 꽤 단련한 몸이거든.
- 하하하, 이런 데까지 와서
낚시를 안 하고 갈 수는 없지.
- 물놀이야 좋지만, 불은 피울 줄 아나?
젖은 채로 돌아갈 수도 없을 거 아니냐.
- 오래 살다 보면 여기저기에
옛 인연이 널려 있기 마련이야.
- 앙바르는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군.
시내의 교회에 멋진 그림이 있었지.
- 페르디아는 선왕 대에서 많이 변했어.
지금은 옛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군.
- 예전부터 디아도라는 분위기가 독특했지.
나라 때문인 건지, 그 지방 때문인 건지……
- 한동안 가르그 마크에서 지냈었지?
어땠냐, 사관학교 생활 말이야.
- 너도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을 테지만
지금은 동료이니 사이좋게 지내자고.
- 손재주가 없는 건 원래 그랬다. 전에 그래서
알로이스를 죽일 뻔한 적이 있었지……
- 그 어떤 사치도 동료와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이길 수는 없지.
- 면도는 참 귀찮아. 손이 미끄러져서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도 늘 있는 일이지.
- 으하하! 나한테 미래의 꿈을 묻는 거냐?
글쎄, 내 자식이랑 술을 마시는 거겠군.
- 미안하지만 교단…… 아니, 레아님과는
마주치고 싶지 않단 말이지……
- 요즘 들어…… 녀석이 가끔씩 웃더군.
내 양육 방식이 잘못되었던 건가……
- 내 과거 얘기가 듣고 싶다고? 좋지.
모험담에 무용담, 뭐든 들려주마.
- 단장으로서 자기 부하 정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먹고살게 해 줘야지.
- 내 이명은 "파멸의 검". 검을 부수는 자다.
무슨 의미인지 상상이 가지 않나?
- 네가 있던 용병단도 훈련이 잘된
좋은 용병단이었어. 베를링 용병단이었지?
- 피차 용병이잖냐. 어제는 적이었어도 오늘은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연회에 참가해야지.
- 내 자식은 아직 미숙하지만
먹성 하나는 나보다 더한 녀석이야.
- 내가 태어난 고향에 들렀었는데,
집 한 채 안 남아 있어서 헛웃음이 나오더군.
- 머리도 예전엔 정기적으로 잘랐었는데
요즘은 대충 깎고 마는 정도라서.
- 이봐, 내 머리가 신경 쓰이는 건가?
고양이 같은 녀석일세, 나 참……
- 그 녀석이랑 안 닮았다고?
그야, 녀석은 틀림없이 제 엄마를 닮았으니까.
- 훗, 왜 그래.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는 거냐?
상담 정도라면 해 주마.
- 이래 봬도 예전엔 더 위엄 있는 갑옷을
두르고 싸운 몸이라고.
- 슬슬 갑옷을 새로 맞춰야겠군.
넌 어떤 게 좋을 것 같으냐?
- 불러 줘서 고맙다.
좋은 휴식이 됐어.
-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또 불러 줘.
- 후딱 끝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