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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참 빠르다, 애쉬. 널 기사로 임명한 지도 벌써 1년 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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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일하려면 이래저래 힘들 텐데. 뭐 곤란한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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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렇지 않아요. 왕도 분들께서 모두 친절히 대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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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저 같은 게 기사 직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아직 불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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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블레다드가를 섬기는 기사는 내 대가 되고 나서 성에 들어온 자가 대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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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위하기 전부터 나와 함께 싸워 준 네가 이제 와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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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하지만 저는 귀족 출신도 문장 보유자도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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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절 임용해 주신 은혜는 이 목숨을 바쳐 갚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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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말이야 애쉬, 기사란 뭐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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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백성과 왕, 넓게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우는 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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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네 말대로 그렇게 하는 게 기사의 본분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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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그리 아름답지가 않아. 파고들어 보면, 기사는 사람을 죽이는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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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도가 충의를 가르치는 건, 기사를 통제하고 주군을 배신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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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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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도를 받드는 건 좋지만, 목숨을 바쳐 가면서까지 그걸 관철할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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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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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왕가를 섬기는 기사였어.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좋은 친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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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눈앞에서 죽었어. 도망치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 당연하다는 듯이 살해당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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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릭님께 들은 적이 있어요. 펠릭스의 형님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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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지금도 내 귓가에는 그 녀석이 죽던 때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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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냐, 제 목숨이냐를 선택해야 할 날이 너에게도 언젠간 찾아올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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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오면 네 목숨을 선택해 줘. 제멋대로인 바람이란 건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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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다가, 만약 제가 폐하께 활시위를 당겨야 하게 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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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쏠 수 없다면 조용히 전장을 떠나.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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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래도 하나만,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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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당신을 지킨 그분은 기사라서 목숨을 내던진 게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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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친구인 당신을 지키고 싶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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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으면 찾아왔을 모든 미래를 버려 가면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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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분의 행동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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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도,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결코 목숨을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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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마음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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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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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슬슬 난 훈련 때문에 가야겠다. 병사들을 기다리게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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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충성할 만한 주군으로 있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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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폐하는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왕이신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