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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거기 앉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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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빠. 먼저 용건부터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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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란 녀석은…… 뭐, 됐다. 너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 둬야겠다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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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차 내일 무사할지도 확실치 않은 처지이니.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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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재수 없는 소릴. ……그래서,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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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에 대해 했던 말을 사과하려고. 그땐…… 미안했다.
link 펠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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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적어도, 네 앞에서 꺼내선 안 되는 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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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해명을 하고 싶은 거라면 못 들어 줄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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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그럼 사양 않고 말하마. ……나도 그렌의 죽음이 원통하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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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렬한 최후였겠지. ……하지만 그건 녀석이 선택한 삶이자, 죽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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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순간까지, 그렌은 친구를, 퍼거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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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아버지인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어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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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게 형 자신의 선택이라 확신하지? 나도, 당신도 알 수 없는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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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멧돼지라면 알고 있을지 몰라도, 그놈은 자기가 죽게 했다는 말밖에 안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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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렌이 어떤 생각, 어떤 마음으로 죽었는지는 그저 짐작해 볼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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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참극의 자리에 있었던 게 나라면, 그리고 너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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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폐하를 두고 달아났을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싸우기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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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다면 반드시 폐하를 지켰을 거다. 그렌도 달아날 만한 성격은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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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당신 잣대로 판단하지 마. 적어도 난 전자도, 후자도 선택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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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일일이 마지막까지 어쩌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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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의지로, 내 생각대로 싸울 거다. 그리고…… 녀석과 함께 살아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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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나 원, 욕심도 많구나. 그렇게 단언하는 네가, 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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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전장에 있었더라도, 그런 억지를 부릴 생각은 못 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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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마저 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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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했던 생각도 이해는 가. 아니……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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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미사여구로 장식된 죽음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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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다, 펠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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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어. ……이렇게 당신과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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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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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사과해 두지. 그때 때려서 미안했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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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때! 그것참 어찌나 아프던지. 전장에서 받은 어떤 일격보다도 아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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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이미 사과는 다 했어. 이야기가 끝났으면 난 이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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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