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도착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폐하.
  2. 아니, 괜찮아. 귀공도 바빴을 테지. 미안하지만 회의는 먼저 시작했어.
  3. 중앙 교회를 향한 제국의 선전 포고에 대해서…… 말씀이시군요.
  4. 맞아. 지금도 가르그 마크로부터 도망쳐 온 자들을 수용하고는 있는데……
  5. 며칠 전, 세테스님으로부터 대사교를 비롯한 교단 관계자의 신변 보호 의뢰가 들어왔어.
  6. 만일 가르그 마크가 함락되었을 경우…… 라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지만.
  7. 실질적으로 제국과 교단 사이에 끼인 지금, 더 이상 상황만 살피고 있을 수는 없어.
  8. 폐하, 아무리 교단의 요청이더라도 그 의뢰는 거부해야 합니다.
  9. 그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제국의 침략을 받겠다는 뜻이니까요.
  10. 남방 교회가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 구애받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11. 엘리듀어 자작의 말씀도 이해는 합니다만, 저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12. 퍼거스는 체제상, 국왕과 봉건 영주의 정통성을 교단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3. 앞일을 보지 않고, 제국의 침략이 두려워 우리 정통성을 부정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14. ………………
  15. 필시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겁니다. 그때 누가 고통받을진, 자작께서도 아실 테지요.
  16. 자기 일이 아니니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다. 북방은 전쟁 피해를 면할 수 있을 테니까요.
  17. 그래서 저희 북부 제후가 무슨 말을 한들 가벼이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18. 이대로 가르그 마크가 함락된다면 전쟁에 휘말리는 건 서부만이 아닙니다.
  19. 로베나 갈라테아와 같은 남부 제후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요, 폐하.
  20. 로베 백작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갈라테아 백작에게서는 서한을 받았어.
  21. 「백성으로서, 얌전히 침략자에게 영토를 내주고 기뻐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22. 「백성들의 생활 기반을 지탱하는 교회를 내버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더군.
  23. ……폐하, 우리는 2년 전 내란 때 중앙 교회에 크나큰 빚을 졌습니다.
  24. 은인을 팔아넘겼다가는, 국내 제후들도 폐하에게 불신을 품을 것입니다.
  25. 그렇게 되면 또다시 2년 전처럼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겠지요……
  26. 블레다드의 문장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면 왕가의 피를 이은 사람이 없지는 않습니다.
  27. 그런 자들을 떠받들다가 나라가 갈라진 건 현왕 클라우스 서거 후에도 일어난 일입니다.
  28. 허나 공작,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내란보다 눈앞에 닥친 전란을 피해야지 않겠습니까.
  29. 나도 백성이 전란에 고통받길 바라진 않아. 하지만, 정말 제국의 요구만 따르면 끝인가?
  30. 만일 대사교를 제국에 내어 주고, 남방 교회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지?
  31. 제국은 대사교 대신 남방 교회의 사교를 성교회의 우두머리로 앉힐 속셈이겠지요.
  32. 허나 그 사교라는 발리 백작이나 남방 교회 자체도 그다지 좋은 소문은 안 들리더군요.
  33. 표면적으로는 세이로스교의 한 종파이지만 실제로 남방 교회는 황제 직속 조직입니다.
  34. 중앙 교회를 거부하고 남방 교회를 받아들임은 곧 제국의 지배를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35. 그들이 퍼거스 왕국 땅을 어찌 다룰지는 실제로 지배당하기 전엔 알 길이 없습니다.
  36. 제국을 위해 퍼거스에 혹세를 부과하여 착취에 착취를 거듭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37. ………………
  38. ……프랄다리우스 공작,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군.
  39. 아뇨…… 그저 폐하께서 언제까지 이 장황한 촌극에 어울려 주실 생각이신가 싶었습니다.
  40. 요약하자면, 이 퍼거스를 끝내고 제국을 따를 것인가 아닌가 하는 얘기가 되겠지요.
  41. ……제국에 굴복하면 어떻게 될지는 앞서 변경백과 다른 이들이 말한 대로다.
  42. 황제는 국내에서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나로서도 본받아야 할 부분은 있겠지.
  43. ……하지만 그 졸속한 방식은 오랜 기간 얼어붙어 있던 왕국의 땅에는 적합하지 않아.
  44. 지금 퍼거스의 백성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자립이나 자유, 극적인 변혁이 아니라……
  45.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건실한 기틀이야. 변혁은 그 기반 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어.
  46. 이제 저희는 폐하의 결단을 따를 뿐입니다. 길을 정하셨다면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47. ………………
  48. 퍼거스 신성 왕국은 교단을 받아들인다. 모두 무기를 갈고닦아 전투에 대비하도록.
  49. 구스타브, 두두, 전령을 보낼 준비를 해 줘. 각지에 이 뜻을 전해야 해.
  50. 성교회와 제국뿐만 아니라, 로베 백작 및 소집에 응하지 않은 제후들에게도 모두.
  51. 예. 맡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