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폴트 각하, 동맹군의 동향에 관해
보고드립니다.
- 말해 보게.
- 각지에서 남하하던 동맹 제후의 장병들이
미르딘대교 북쪽의 연안으로 집결 중입니다.
- 병력 규모로 미루어 봤을 때, 이미
방어를 위한 행동이 아닌 듯합니다.
- 역시 그랬군. 설마 동맹군이
내 영지를 위협하는 날이 올 줄이야.
- 어떡하지, 아버지!?
에델가르트한테 지원을 요청할까?
- 훗, 폐하께 폐를 끼쳐야 할 정도로
난처하지는 않다.
- 정말로? 지난번 패전 때문에
병력도 꽤 줄어들었잖아.
- 폐하께서 이끄시는 주력군은 왕국 쪽에 있다.
되돌리기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 게다가, 퇴각전에서 크게 활약했다는
용병단이 이쪽으로 돌아와 있다.
- 제랄트 용병단이랬나?
확실히 강해 보이긴 했는데.
- 그리고, 오지랖 넓은 옥스가의 영애가
지원하러 와 준다더군. 그것으로 충분해.
- 그렇다면……
뭔가 해볼 만할 것 같은데?
- 그럼 이제 정면으로 부딪쳐서
쳐부수기만 하면 되는 거야?
- 결전의 땅은 그론다즈 평원…… 한때
그리핀전에 쓰였던 황량한 그 일대가 좋겠군.
- 이긴 다음을 생각하면, 동맹군도 함부로
농지를 어지럽히지는 않을 테니 말이지.
- 동맹군에는 팔미라군을 몇 번이나 격퇴한
홀스트도 있지? 몸이 근질거리는걸……!
- 아니…… 넌 나서지 마라.
그 사내는 내가 상대해야 할 거다.
- 어째서!
해 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 모른다는 건 이미 힘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적은 홀스트만이 아니야.
- 제국군이 고배를 마시게 한
글로스터 백작의 행동……
- 그 계책을 꾸몄을 맹주 클로드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상대다.
- 클로드…… 확실히 머리는
잘 돌아갈 것 같은 녀석이었지.
- 알겠느냐? 책략에 책략으로
맞서려 해서는 안 된다.
- 확실하게 적의 책략을 간파한 다음
상대하지 않고, 힘으로 꺾어야 한다.
- 오오! '책략을 봉쇄하는 힘'이라!
해 보이겠어!
- 나데르님~ 다들 이미 녹초가 다 됐습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 줘. 절약하지
않으면 돌아갈 때의 몫을 확보할 수가 없다.
- 네? 돌아갈 때의 식량이 없다고요?
샤하드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 지금 그분 머릿속엔 왕위 계승을 위해
명성을 쌓을 생각밖엔 없어.
- 졌을 때를 위한 대비 따윈 생각도 안 할 거다.
이겨서 탈취할 작정이겠지.
- 그렇군요…… 샤하드님 생각대로
전투가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 음. 이기면 상관없지만, 어딘가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우린 전멸할 거다.
- ……국왕께선 왜 샤하드님이
마음대로 하게 두시는 걸까요?
- 아끼시던 칼리드 왕자가 실종된 후,
국왕께서도 무기력해지셨으니까.
- 나데르, 다음 증원이 도착할 것이다!
큰아버님께 빌린 정예군이니 기뻐하거라!
- 어이쿠…… 또 늘어나는 겁니까?
- 전투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병사의 수다.
-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게 이 몸이라면
만에 하나라도 패배할 리가 없지.
- 허나 전투에는 지리적 이점이라는 것도……
- 나중에 듣지. 일단 맞이해서 포진하라 전해라.
이 몸도 곧 친히 격려하러 가겠다…… 하하핫!
- 에휴…… 아무리 격려한들,
주린 배가 부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 게다가 이리 머릿수에만 의지해서 싸우면
외지 녀석들에게 야만인 소리나 듣겠지.
- 아아,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없구만.
꼬맹아, 난 대체 어떻게 하면 좋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