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먹었습니다.
  2. 응? 아직 고기가 남았는데…… 안 먹게? 흔치 않은 오그마 오소리 고기야.
  3. 저, 고기는 별로…… 괜찮으시면, 드세요.
  4. 그럼 사양하지 않고 먹을게. 이 고기를 먹으면 신기하게 힘이 솟더라.
  5. 후후…… 맛있게 드시네요.
  6. 오, 네가 웃다니 별일이네. 내가 그렇게 웃긴 얼굴을 하고 있었어?
  7. 아뇨, 하지만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얼굴이었어요.
  8. 남이 먹는 얼굴을 보는 것보다 자신이 먹는 편이 더 행복할 것 같은데.
  9.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10. 흐응…… 그건 그렇고, 마리안도 꽤 나랑 같이 밥 먹는 거에 익숙해졌네?
  11. 네, 무리해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셔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12. 뭔가 알 수 있을까 해서 당신과 대화하다 보니 함께 식사하는 것도 점점 아무렇지 않게……
  13. 그래? 그렇다면 나랑만 먹지 말고 다른 녀석들이랑도 함께 먹어 보면 어때?
  14. 식탁에 둘러앉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도 되고 사이도 좋아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15. 나를 상대로는 괜찮았잖아. 다음엔 다른 상대에게 다가가 보는 것도……
  16. ………………
  17. 어라…… 왜 그래?
  18. 아뇨, 죄송해요…… 옛날에 양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하셔서……
  19. 그래?
  20. 제가 너무 다른 사람을 피한다고 자주 혼났거든요……
  21. 에드먼드가의 후계자라면 최소한의 사교성은 갖추라고.
  22. 저에게 그 최소한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고 하지도 않으시고……
  23. 무신경했다고 사과한다
  24. 어떻게든 될 거라고 격려한다
  25. ……미안. 나도 네 양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신경한 말을 해 버렸네.
  26. 아, 아뇨…… 당신이 나쁘단 건 아니에요.
  27.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나와는 사이가 좋아졌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28.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29. 하지만, 역시 저는 여러 사람과 깊게 엮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30. 왜 그렇게 생각하지?
  31. 저와 깊게 엮이면 누구든 불행해지고 마니까요……
  32.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근거로……
  33. 정말로 그렇게 된다고요……!
  34. 그러면, 어째서 나와는 이렇게 평범하게 지내는 건데?
  35. 그러게요…… 실은 당신과도 거리를 뒀어야 했는데……
  36. 당신의 상냥함에 저도 모르게 기대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37. 앞으로는 되도록 거리를 둘게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38. 어이, 마리안! ……곤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