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먹었습니다.
- 응? 아직 고기가 남았는데…… 안 먹게?
흔치 않은 오그마 오소리 고기야.
- 저, 고기는 별로……
괜찮으시면, 드세요.
- 그럼 사양하지 않고 먹을게.
이 고기를 먹으면 신기하게 힘이 솟더라.
- 후후…… 맛있게 드시네요.
- 오, 네가 웃다니 별일이네.
내가 그렇게 웃긴 얼굴을 하고 있었어?
- 아뇨, 하지만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얼굴이었어요.
- 남이 먹는 얼굴을 보는 것보다
자신이 먹는 편이 더 행복할 것 같은데.
-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 흐응…… 그건 그렇고, 마리안도
꽤 나랑 같이 밥 먹는 거에 익숙해졌네?
- 네, 무리해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셔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 뭔가 알 수 있을까 해서 당신과 대화하다 보니
함께 식사하는 것도 점점 아무렇지 않게……
- 그래? 그렇다면 나랑만 먹지 말고
다른 녀석들이랑도 함께 먹어 보면 어때?
- 식탁에 둘러앉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도 되고
사이도 좋아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 나를 상대로는 괜찮았잖아.
다음엔 다른 상대에게 다가가 보는 것도……
- ………………
- 어라…… 왜 그래?
- 아뇨, 죄송해요…… 옛날에 양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하셔서……
- 그래?
- 제가 너무 다른 사람을 피한다고
자주 혼났거든요……
- 에드먼드가의 후계자라면
최소한의 사교성은 갖추라고.
- 저에게 그 최소한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고 하지도 않으시고……
- 무신경했다고 사과한다
- 어떻게든 될 거라고 격려한다
- ……미안. 나도 네 양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신경한 말을 해 버렸네.
- 아, 아뇨…… 당신이 나쁘단 건 아니에요.
-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나와는 사이가 좋아졌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 하지만, 역시 저는 여러 사람과
깊게 엮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 왜 그렇게 생각하지?
- 저와 깊게 엮이면
누구든 불행해지고 마니까요……
-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근거로……
- 정말로 그렇게 된다고요……!
- 그러면, 어째서 나와는 이렇게 평범하게
지내는 건데?
- 그러게요…… 실은 당신과도
거리를 뒀어야 했는데……
- 당신의 상냥함에 저도 모르게 기대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 앞으로는 되도록 거리를 둘게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 어이, 마리안!
……곤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