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펠릭스. 쭉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 말 안 하는 게 나으려나.
- 뭐? 미적지근한 태도로군.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 말한다
- 말하지 않는다
- ……아니, 역시 말 안 할래.
못 들은 걸로 해 줘.
- 켕길 만한 일이라도 있나?
없으면 어서 말해.
- 아니…… 넌 이러니저러니 해도
디미트리랑 친구들을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 ………………!
- 앗, 뭐야…… 괜찮아?
왜 사레는 들리고 그래.
- 하아…… 네가 어지간히도
바보 같은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 말하라고 한 건 너잖아.
그래도 사실이지? 안 그래?
- 쳇, 무슨 근거로 단언하는 거지?
- 그들과 같이 싸울 땐 움직임이
평소보다 몇 배는 좋아지거든.
- ……흥. 쓸데없이 오래 알고 지냈으니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아는 것뿐이야.
- 가령, 멧돼지는 금방 적진에 돌진하려 들지.
처음부터 내가 엄호하는 편이 나아.
- 분명 돌파력으로 녀석을 당할 자는 없지만
다치는 걸 개의치 않으니 위태롭다고.
- 연계고 자시고, 녀석이 마음껏 날뛸 수 있게
판을 만들어 주는 것에 지나지 않아.
- 흐음…… 반대로 잉그리트와 함께할 땐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파고들더라.
- 천마는 궁병에게 요격당하기 쉬우니까.
먼저 파고들어서 위협을 배제하는 편이 나아.
- 뭐, 녀석의 실력이면 화살 하나둘쯤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 녀석은 열이 오르면 시야가 좁아져. 혼자
앞서다가 화살 비라도 맞았다간 못 버티겠지.
- 그럼, 실뱅이 너와 함께 싸울 때에는
늘 적에게 둘러싸이는 것도……
- ……그건 매번, 녀석이 괜한 허세나 부리면서
「내게 맡겨」 같은 소리나 해 대니까 그래.
- 뭐, 녀석이라면 어떤 궁지에 빠져도
헤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한다만.
- 후후, 의도한 연계가 아니었다니.
하지만 신뢰가 없으면 못 할 일인 건 맞네.
- ……흥. 그 정도는 별것도 아냐.
- 칭찬한다
- 부러워한다
- 너희는 늘 멋진 연계를 보여 주더라.
나도 본받아야 하는데.
- 내가 모두의 성격을 더 잘 파악하면
매끄럽게 연계할 수 있을까?
- 몰라. 알아서 시험해 보든가.
- 부럽다. 오랜 친구란 건
다 그런 건가?
- 알 게 뭐야, 나한테 묻지 마. 이 정도는
상대를 조금만 관찰하면 다 알 수 있어.
- 날 그렇게 집요하게 관찰하는 너라면
다른 녀석들 관찰하기도 쉬운 일이겠지.
- 이 얘기는 이제 끝이다. 정말이지,
너와 얘기하면 쓸데없이 지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