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하, 내일 훈련에 대해…… 앗. ……죄송합니다, 대화 중이신데.
  2. 아니, 신경 쓸 것 없어. 마침 끝난 참이었거든.
  3. 방금…… 더스커의 전사장이셨죠? 무슨 말씀을 나누고 계셨나요?
  4. 앞으로의 작전과 진형에 대해 그들에게도 여러모로 확인하고 있었어.
  5. 퍼거스의 기사와는 움직임도 다르고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하거든.
  6. 하긴, 숙영지에서도 자주 다툼이 일어나곤 하니까요……
  7. 서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도 많겠지. 그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8. 넌 어때, 잉그리트? 아직도 더스커의 백성이 미워?
  9. 아뇨…… 지금 그들을 미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건에 관여한 자도 있는 모양이지만……
  10. 그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의도가 얽혀 일어난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11. 하지만 그래서 면목이 없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말을 나누기가 무섭다고 해야 하나.
  12. ……전 줄곧 그들에게 엉뚱한 증오를 품어 왔으니까요.
  13. 아니. 그건 6년 전에 네게 말해 두지 않았던 내 책임이야.
  14. 사건의 내막도 잘 모르면서 모두를 혼란시킬 수는 없다고 주저하는 바람에……
  15. ……결국 이렇게 너를 힘들게 만들 거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지.
  16. 6년 전엔 많은 기사가 성에서 쫓겨났고 황폐한 왕도에 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17. 예외는 로드릭님 정도였죠. 저도 아버지가 반대하셨고……
  18. 하지만 이야기할 기회 정도는 만들 수 있었어. 그야말로 사관학교에 있었을 때라도 말이지.
  19. ……만약 말씀해 주셨다 해도 제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20. 구제할 길 없는 악인이 있었고, 그렌은 그들로부터 폐하를 지키기 위해 죽은 거라고……
  21.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무렵의 저는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22. ……그래. 나와 같구나.
  23. 하지만 막상 알고 보니 내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얽혀 있어서……
  24. 하지만 막상 알고 보니 자국의 제후뿐만 아니라 내 의붓어머니까지 얽혀 있어서……
  25. 결국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26. 맞는 말씀이세요. 저도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여야겠죠.
  27. 더스커의 백성은 이젠 함께 싸우는 동료입니다. 언제까지고 거리를 둘 수는 없어요.
  28.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널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어.
  29. 아까 나랑 대화했던 전사장의 부친이 작년에 이 근처에 여관을 열었거든.
  30. 어떤 요리도 다…… 정성이 담겨서 맛있더군. 혹시 괜찮으면 함께 가 보지 않겠어?
  31. 물론, 아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가자고는 하지 않겠지만……
  32. ……아뇨! 꼭 동행하게 해 주세요.
  33. 한심하지만, 저 혼자서는 분명 가 보는 것도 주저했을 겁니다.
  34.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두려움 없이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아요.
  35. 그래.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오늘은 내가 사는 걸로 하지, 잉그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