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하, 내일 훈련에 대해…… 앗.
……죄송합니다, 대화 중이신데.
- 아니, 신경 쓸 것 없어.
마침 끝난 참이었거든.
- 방금…… 더스커의 전사장이셨죠?
무슨 말씀을 나누고 계셨나요?
- 앞으로의 작전과 진형에 대해
그들에게도 여러모로 확인하고 있었어.
- 퍼거스의 기사와는 움직임도 다르고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하거든.
- 하긴, 숙영지에서도
자주 다툼이 일어나곤 하니까요……
- 서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도 많겠지.
그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 넌 어때, 잉그리트?
아직도 더스커의 백성이 미워?
- 아뇨…… 지금 그들을 미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건에 관여한 자도 있는 모양이지만……
- 그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의도가
얽혀 일어난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그래서 면목이 없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말을 나누기가 무섭다고 해야 하나.
- ……전 줄곧 그들에게
엉뚱한 증오를 품어 왔으니까요.
- 아니. 그건 6년 전에 네게
말해 두지 않았던 내 책임이야.
- 사건의 내막도 잘 모르면서 모두를
혼란시킬 수는 없다고 주저하는 바람에……
- ……결국 이렇게 너를 힘들게 만들
거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지.
- 6년 전엔 많은 기사가 성에서 쫓겨났고
황폐한 왕도에 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 예외는 로드릭님 정도였죠.
저도 아버지가 반대하셨고……
- 하지만 이야기할 기회 정도는 만들 수 있었어.
그야말로 사관학교에 있었을 때라도 말이지.
- ……만약 말씀해 주셨다 해도
제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 구제할 길 없는 악인이 있었고, 그렌은
그들로부터 폐하를 지키기 위해 죽은 거라고……
-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무렵의 저는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 ……그래. 나와 같구나.
- 하지만 막상 알고 보니 내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얽혀 있어서……
- 하지만 막상 알고 보니 자국의 제후뿐만
아니라 내 의붓어머니까지 얽혀 있어서……
- 결국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 맞는 말씀이세요.
저도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여야겠죠.
- 더스커의 백성은 이젠 함께 싸우는 동료입니다.
언제까지고 거리를 둘 수는 없어요.
-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널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어.
- 아까 나랑 대화했던 전사장의 부친이
작년에 이 근처에 여관을 열었거든.
- 어떤 요리도 다…… 정성이 담겨서 맛있더군.
혹시 괜찮으면 함께 가 보지 않겠어?
- 물론, 아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가자고는 하지 않겠지만……
- ……아뇨!
꼭 동행하게 해 주세요.
- 한심하지만, 저 혼자서는 분명
가 보는 것도 주저했을 겁니다.
-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두려움 없이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래.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오늘은 내가 사는 걸로 하지, 잉그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