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라, 펠릭스?
이런 곳에서 뭐 하세요?
- 왕도에 좀 볼일이 있었거든.
……그러고 보니, 너도 녀석의 기사였지.
- 녀석이라니…… 아, 폐하 말씀이시군요.
- 그래. 성가신 주군을 둬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
- 펠릭스, 아무리 그래도 말이 지나쳐요.
성가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 오히려 원래 저희가 해야 할 일까지
처리하실 정도예요, 폐하는.
- 뭐…… 요즘 들어서는 저희의 손을
빌리려고 노력해 주고는 계시지만요.
- 그런 부분이 성가시다는 거야.
가끔은 억지로 일거리를 빼앗아 줘.
- ………………
- 그나저나 왕성도 참 많이 바뀌었군.
녀석이 즉위한 지도 벌써 2년인가.
- 기사 중에도 평민 출신이 많이
늘어난 걸로 보이는데.
- 그건 맞아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폐하는 말씀하셨지만요……
- 왜, 평민 출신 기사는 귀족 출신 기사보다
예의 같은 걸 잘 모르기도 하고……
- 요즘은 많이 줄긴 했지만,
평민과 귀족 사이에 다툼도 일어나곤 해요.
- ……평민과 귀족이라. 넌 어느 쪽이지?
로나토 경의 추천으로 기사가 됐잖아.
- 저는…… 으음, 어느 쪽도 아니죠.
제가 생각해도 꽤 특이한 경우라……
- 하지만 그런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여차하면 폐하나 두두도
힘을 빌려주시고요.
- ……두두도 말인가.
- 네. 이제 기사단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존재인걸요.
- 요리 솜씨도 독보적이고, 손재주도 좋고,
전장에서도 크게 활약하고……
- 언젠가 저도 두두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흥, 그런 게 같은 성에 둘이나 있으면 큰일이지.
- 특히 그 충성심. 그건 도가 지나쳤어.
따라 하다간 전장에서 목숨을 버리게 될 거다.
- ……걱정해 주시는 거군요.
고마워요, 펠릭스.
-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당신은 참 친구를 아끼는 사람이군요!
- ……뭐?
- 입은 험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을
내버려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할지.
- 저도 그렇고, 폐하나 두두에 대해서도
신경 많이 써 주시잖아요.
- 쳇……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더 고생하니까 그런 것뿐이야.
- 안 그래도 바쁜데, 더 이상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 건 사양이라고.
- 알아요.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저도 열심히 할게요.
- ……흥. 뭐, 너라면 걱정 안 해도 다른 녀석들을
잘 지탱해 줄 거라고는 생각한다만.
- 계속 열심히 해 봐. 가끔이라면
못 도와줄 것도 없으니까.
- 고마워요, 펠릭스.
저도 펠릭스를 믿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