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라, 펠릭스? 이런 곳에서 뭐 하세요?
  2. 왕도에 좀 볼일이 있었거든. ……그러고 보니, 너도 녀석의 기사였지.
  3. 녀석이라니…… 아, 폐하 말씀이시군요.
  4. 그래. 성가신 주군을 둬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
  5. 펠릭스, 아무리 그래도 말이 지나쳐요. 성가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6. 오히려 원래 저희가 해야 할 일까지 처리하실 정도예요, 폐하는.
  7. 뭐…… 요즘 들어서는 저희의 손을 빌리려고 노력해 주고는 계시지만요.
  8. 그런 부분이 성가시다는 거야. 가끔은 억지로 일거리를 빼앗아 줘.
  9. ………………
  10. 그나저나 왕성도 참 많이 바뀌었군. 녀석이 즉위한 지도 벌써 2년인가.
  11. 기사 중에도 평민 출신이 많이 늘어난 걸로 보이는데.
  12. 그건 맞아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폐하는 말씀하셨지만요……
  13. 왜, 평민 출신 기사는 귀족 출신 기사보다 예의 같은 걸 잘 모르기도 하고……
  14. 요즘은 많이 줄긴 했지만, 평민과 귀족 사이에 다툼도 일어나곤 해요.
  15. ……평민과 귀족이라. 넌 어느 쪽이지? 로나토 경의 추천으로 기사가 됐잖아.
  16. 저는…… 으음, 어느 쪽도 아니죠. 제가 생각해도 꽤 특이한 경우라……
  17. 하지만 그런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18. 그리고 여차하면 폐하나 두두도 힘을 빌려주시고요.
  19. ……두두도 말인가.
  20. 네. 이제 기사단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존재인걸요.
  21. 요리 솜씨도 독보적이고, 손재주도 좋고, 전장에서도 크게 활약하고……
  22. 언젠가 저도 두두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3. 흥, 그런 게 같은 성에 둘이나 있으면 큰일이지.
  24. 특히 그 충성심. 그건 도가 지나쳤어. 따라 하다간 전장에서 목숨을 버리게 될 거다.
  25. ……걱정해 주시는 거군요. 고마워요, 펠릭스.
  26.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당신은 참 친구를 아끼는 사람이군요!
  27. ……뭐?
  28. 입은 험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을 내버려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할지.
  29. 저도 그렇고, 폐하나 두두에 대해서도 신경 많이 써 주시잖아요.
  30. 쳇……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더 고생하니까 그런 것뿐이야.
  31. 안 그래도 바쁜데, 더 이상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 건 사양이라고.
  32. 알아요.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저도 열심히 할게요.
  33. ……흥. 뭐, 너라면 걱정 안 해도 다른 녀석들을 잘 지탱해 줄 거라고는 생각한다만.
  34. 계속 열심히 해 봐. 가끔이라면 못 도와줄 것도 없으니까.
  35. 고마워요, 펠릭스. 저도 펠릭스를 믿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