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펠릭스, 한참 찾았다! 너, 왜 아무 말도 안 해 준 거야.
1. 쳇…… 갑자기 무슨 소리야.
2. 무슨 소리고 뭐고…… 전에 네가 병사들 싸움에 끼어든 적이 있었잖아.
3. 그랬지. ……걱정 안 해도 이제 그런 짓은 안 해.
4. 그게 아니고. 우리 병사한테 자세한 내막을 들었어. 너, 입막음했었지?
5. 너희 병사가, 고티에의 적자…… 그러니까 날 조롱했다면서?
6. 그러다 그 녀석이 근처에 있던 녀석하고 시비가 붙었고, 거기에 네가 난입했다며.
7. 흥. 정말이지 그런 멍청한 짓이 없었어. 두 번은 안 해.
8. 병사에게 도리를 알려 주는 것도 의무라는 생각에 나선 것까진 좋았는데……
9. 알다시피 난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성격이라. 내 나쁜 버릇이지.
10. 아무리 그래도, 대체 왜 비밀로 한 거야? 내가 들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었어?
11. ……못 들어 줄 헛소리를 굳이 전달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12.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신경 쓰이잖아. ……뭐, 미안했다. 내 멋대로 말해서.
13. ……아니. 사과해야 하는 건 나야. 네 이야기여서 그만 공사를 구분하지 못했다.
14. 신경 쓰지 마. 내가 얕보이는 건, 말하긴 좀 그렇지만 당연한 일일 테니까.
15. 난 그만큼 밖으로 나돌아다녔잖아.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쳤어.
16. 잘못한 건 너도, 너희 병사도 아니야. 다름 아닌 과거의 나지.
17. 그걸 아는 놈이, 왜 어릴 때는 행실을 고치려 들지 않은 거야?
18. 그렇게 되는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난……
19. ……안 되는 성격이거든. 아니…… 잘못인 줄은 알았지만!
20. 하아…… 뭐, 됐어. 네가 바보 취급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만……
21. 너에 대해 뭐 하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
22. 넌 아직 가문을 잇지는 않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의 도움이 되고 있다고.
23. 멧돼지도…… 나도, 네게는 나름대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24. 윽, 갑자기 왜 그래? 쑥스럽게. ……왜 너까지 얼굴이 빨개지냐?
25. 쳇. 시끄럽다, 이 멍청아. 일일이 장난으로 받아쳐야 직성이 풀리냐!
26. ……넌 ……나름대로 머리도 말재주도 좋아. 전략이든 내정이든, 당해 낼 놈은 몇 없겠지.
27. 전에 네가 말했듯이,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지만……
28. 네 힘이 있으면…… 조금씩이나마 상황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29. 무슨 소리야? 그런 큰 문제를 나 혼자 어떻게 다 짊어지겠어.
30. 확실히 내가 너보다 약간은 잔머리가 잘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그게 다야.
31. 나와 네가,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 가면서 퍼거스를, 폐하를 지탱해 줘야지.
32. ……그래.
33. 그…… 앞으로도 부탁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겐 네가 필요할 것 같다. 아마도.
34. 그리고…… 네가 없으면 다들 하나같이 침울하기만 해서 봐 줄 수가 없어.
35. 나도 알아. 굳이 말로 안 해도, 난 계속 너와 함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