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봐, 보고는 끝난 건가?
  2. 응. ……아, 나한테 뭐 볼일 있었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
  3. 볼일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냥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4. 전황이 상당히 비관적이었다고 들었는데, 용케 무사히 돌아왔군.
  5. 응, 그냥 도적 퇴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고전할 줄은 몰랐어……
  6. 다친 데는?
  7. 보다시피 무사해. 부대 사람들도 모두.
  8. ……이것 덕분에, 그 전장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
  9. 형의…… 그런 쇳덩어리가 무슨 도움을 줬다는 거야?
  10. 무언가에 직접 도움을 준 건 아니지만 마음의 버팀목이 됐다고 할 수 있으려나.
  11. ……이건 그 사람의 긍지와, 이루지 못한 책무의 상징이잖아?
  12. 그런 소중한 물건이 품 안에 있는데 한심하게 포기할 수는 없어.
  13.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만 더 힘내 보자는 용기가 솟아났거든……
  14. ……이해가 안 가는군, 나한테는.
  15. 죽은 자를 추억하는 건 상관없다만, 지나친 정은 검을 둔하게 할 뿐이야.
  16. 추억해 봐야 그들이 살아 돌아오지도 않고.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17. 펠릭스는 그런 구분이 너무 확실해. 그게 네 강점이겠지만……
  18. 그래도, 언젠간 너도 알게 될 거야. 추억이 사람을 버티게 해 줄 때도 있다는 걸.
  19.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도움을 받는 건가.
  20. 그럼 슬슬 난 돌아갈게. 하아, 오랜만에 마음 놓고 잘 수 있겠다.
  21. 기다려, 잉그리트. 부탁이 하나 있다.
  22. 음? 무슨 일인데? 네가 나한테 부탁을 하다니 별일이네.
  23. ……조만간, 형에게 얼굴 한번 비치러 가 줘.
  24. 앞으로도 전쟁이 이어지면, 이번처럼 고된 싸움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몰라.
  25.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도움을 준다면…… 꽃 좀 바친다고 손해 볼 건 없겠지.
  26. 그렌의…… 응, 그래. 상관없어.
  27. 물론 너도 같이 가는 거지? 참, 모처럼이니 폐하도 부르자.
  28. 그리고 로드릭님하고, 실뱅이랑 구스타브님, 또 지금 부대 사람들도……
  29. 그리고 우리 부대 사람들에게도 물어봐서……
  30. 기다려, 멍청아. 그렇게까진 말 안 했어. 성당 안에서 연회라도 열 셈이야?
  31. 당연히 그런 짓은 안 하지. 아, 그래도 연회는 좋은 생각이네.
  32. 긴장 풀기에도 적당할 것 같고, 무엇보다 그렌은 떠들썩한 걸 좋아했으니까.
  33. 그래도 그렇지…… 아니, 됐다. 그때까지 시시한 전장에서 죽지나 마라.
  34. 불러 세워서 미안했다. 오늘은 고기라도 먹고 푹 자.
  35. 후후…… 고마워, 펠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