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 괜찮을 거야.
얼른 챙겨서 얼른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 ……안녕하세요, 아네트.
- ……!
- 죄, 죄송합니다.
제가 놀라게 했나 보네요.
- 앗…… 잉그리트구나……
미안…… 깜짝 놀라서 그만.
-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그보다 이런 밤중에 뭐 하세요?
- 그게, 식당에 참고서를 두고 와서.
가지러 갈까 싶었거든……
- 우연이네요. 저도 놓고 온 게 있어서
식당에 찾으러 가던 길이었는데.
- 그, 그럼 나랑 같이 가자!
잉그리트가 같이 있으면 든든하니까!
- 저, 저기…… 든든하다뇨?
무슨 말씀이신지…… 뭐, 알겠습니다.
- ………………
까, 깜깜하네……
- !? 저기, 지금 무슨 소리 안 났어!?
저, 저, 저 풀숲 쪽에서……!
- 풀숲? 아, 저 그림자……
설마 또 이렇게 늦게까지……
- 아, 아네트!? 뛰면 안 돼요,
그쪽엔 분명 식량 상자가……!
- 아파라~~~~!!!
왜 이런 데 상자가 있는 거야~~~~!
- 아네트……
-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어떻게든 도착했네~!
고마워, 잉그리트!
- 무,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네요……
아네트는 어두운 곳을 싫어하시나요?
- 응…… 옛날부터 너무 싫었어.
극복하고 싶기는 한데.
- 그러는 잉그리트는 안 무서워?
왜, 유령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딱히…… 어두운 곳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유령을 본 적도 없고……
- 그래도 상상하면 무섭지 않아? 죽은 사람이
땅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거나……!
- 갈라테아령 근방에서도 전해지는 전설이군요.
어릴 적에 오빠에게 자주 듣곤 했어요.
-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쯤 지상은
죽은 자로 가득하지 않을까요?
- 으, 으음. 그야 그렇지만,
기분이 좀 그렇다고나 할까……
- 죽은 자가 유령이 되어 만나러 온다니
사실이라면 멋지겠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 사람은 죽으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다시는 만날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죠.
- ……그러게.
그렇지. 죽으면 거기서 끝이니까……
- 그러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겠지?
- 네, 전 그렇게 생각해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까요.
- ……좋았어, 잉그리트!
돌아갈 땐 나 혼자서도 괜찮아!
- 엇, 괜찮으시겠어요?
오실 때 꽤 힘들게 오신 것 같은데……
- 그렇긴 한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살아 있는 지금밖에 할 수 없는 거잖아?
- 어두운 곳은 물론 무섭지만……
나, 힘내 보려고!
- 후훗…… 저 명랑함은 나도 본받아야겠네.
살아 있는 지금밖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