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여기 있었군, 이그나츠군.
  3. 아, 로렌츠군. 여기는 풍경이 예뻐서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4. 동감이다. 나도 여긴 아름답다고 생각해.
  5. ……너는 이제 글로스터가의 기사이자 이 부대의 장수까지 되었구나.
  6. 옛날의 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눈썰미가 좋은 상인 가문의 자제처럼만 보였거든……
  7. 아하하하…… 확실히 그때의 전 그렇게 보였을 것 같네요.
  8. 하지만 이젠 몰라보게 늠름해졌어.
  9.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요.
  10.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기사로서 영내에서 일했던 때를 기억하고 있나?
  11. 그때의 너보다…… 지금의 각지를 돌며 싸우는 네가 훨씬 활기차 보여.
  12. 활기차 보인다…… 그렇군요.
  13. 전투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좀 의아하게 생각했지.
  14. 그건, 분명……
  15. ……실은 그림을 그렸거든요! 행군 중에 틈나는 대로 한 거지만.
  16. 호오…… 그래?
  17. 네. 여기처럼 포드라 각지에는 아름다운 경관이 많이 있어요.
  18. 그런 풍경을 보면서 형태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그렸죠.
  19. 그래서 그랬나 보네요. 당신에게는 들킨 것 같지만요.
  20. ………………
  21. ……미안하다, 이그나츠군.
  22. 어, 왜 그러세요? 갑자기.
  23. 널 위한 거라고 생각해서 기사 작위를 준 건데 네 본분은 다른 데 있었을 수도 있겠다.
  24. 그림 이야기를 하는 지금의 너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군.
  25. 아니에요, 사과하지 마세요.
  26. 저는 로렌츠군에게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27. 감사……? 왜, 내게 감사하는 거지?
  28. 사관학교가 휴교하게 되면서…… 방황하던 저를, 당신이 기사로 임명해 주셨잖아요.
  29. 기사가 되고 나서 겪은 여러 경험은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깔이에요.
  30. ……그런가.
  31. 앞으로 제가 어떤 식으로 살면서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32. 거기엔 「글로스터가의 기사」라는 색이 분명 나올 거예요. 절대 사라지지 않겠죠.
  33. 저는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34. ……이그나츠군. 나야말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35. 너 같은 인물이 글로스터의 기사라는 사실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