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기 있었군, 이그나츠군.
- 아, 로렌츠군.
여기는 풍경이 예뻐서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 동감이다.
나도 여긴 아름답다고 생각해.
- ……너는 이제 글로스터가의 기사이자
이 부대의 장수까지 되었구나.
- 옛날의 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눈썰미가 좋은
상인 가문의 자제처럼만 보였거든……
- 아하하하…… 확실히 그때의 전
그렇게 보였을 것 같네요.
- 하지만 이젠 몰라보게 늠름해졌어.
-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요.
-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기사로서 영내에서 일했던 때를 기억하고 있나?
- 그때의 너보다…… 지금의
각지를 돌며 싸우는 네가 훨씬 활기차 보여.
- 활기차 보인다…… 그렇군요.
- 전투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좀 의아하게 생각했지.
- 그건, 분명……
- ……실은 그림을 그렸거든요!
행군 중에 틈나는 대로 한 거지만.
- 호오…… 그래?
- 네. 여기처럼 포드라 각지에는
아름다운 경관이 많이 있어요.
- 그런 풍경을 보면서 형태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그렸죠.
- 그래서 그랬나 보네요.
당신에게는 들킨 것 같지만요.
- ………………
- ……미안하다, 이그나츠군.
- 어, 왜 그러세요? 갑자기.
- 널 위한 거라고 생각해서 기사 작위를 준 건데
네 본분은 다른 데 있었을 수도 있겠다.
- 그림 이야기를 하는 지금의 너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군.
- 아니에요, 사과하지 마세요.
- 저는 로렌츠군에게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요.
- 감사……?
왜, 내게 감사하는 거지?
- 사관학교가 휴교하게 되면서…… 방황하던
저를, 당신이 기사로 임명해 주셨잖아요.
- 기사가 되고 나서 겪은 여러 경험은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색깔이에요.
- ……그런가.
- 앞으로 제가 어떤 식으로 살면서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 거기엔 「글로스터가의 기사」라는 색이
분명 나올 거예요. 절대 사라지지 않겠죠.
- 저는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 ……이그나츠군.
나야말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 너 같은 인물이
글로스터의 기사라는 사실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