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
오늘은 이 정도로 해야겠다.
- 이런 늦은 밤에 무슨 소리가 나나 했더니……
너였군.
- 로렌츠구나. 일반 훈련을 마친 뒤에는
늘 혼자서 단련하거든.
-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싸움에도
대비해야 하는 게 용병이니까.
- 그렇군…… 이제 마음가짐도 용병이 다 됐구나.
- 생각해 보니 네가 용병이 되었단 걸 알았을 때
안도감이 들면서도 자책감에 사로잡혔었어.
- ……응? 왜?
너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
- 아니, 상관없다고는 할 수 없지.
- 네 고향인 사윈 마을은
우리 글로스터가의 영지야.
- 부끄럽게도 입학 당초엔 네가 그렇다는 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 학교가 휴교하게 된 후, 우리 영지 출신 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 쓰여서 조사해 봤거든.
- 호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된 거구나.
- 그래, 글로스터가를 이을 자로서
영민을 염려하는 건 당연한 책무니까.
- 가르그 마크에 오는데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생을 거듭해 왔겠지.
- 그런 자가 고통에 허덕이게 되면
곤란하잖아.
- 교단에 지불한 돈은 학교가 휴교한 후에
어느 정도 돌려받긴 했어.
- 하지만 그뿐이었지. 직업 알선도 없고
영주의 도움도 없었어.
- 그래서 스스로 어떻게든 견습 용병으로
들어갔고…… 그 뒤는 뭐, 운이 좋았지.
- ………………
……미안하다, 레오니양.
- 사죄하지. 귀족으로서는 아버지를 대신해,
전 급우로서는 나 자신이 말이야.
- 그러지 마.
네 탓도 아닌데.
- 나는 내 의지로 마을을 나왔어.
이 실력 하나만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했거든.
- 마을에 있으면 귀족이 보호해 주잖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길을 선택했어.
- 평민이 귀족에 기대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 시대가 와도 이상할 건 없잖아?
- ……그렇다면 너는, 앞으로 귀족은
필요가 없어질 거라 말하는 건가?
-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너희에게 보호받고 싶어 하는 평민도 있겠지.
- 하지만, 모든 평민을 귀족이 지키기는
힘들 거라 생각해. 이런 시국이기도 하니까.
- 나 같은 사람은 분명 늘어날 거야.
뭐, 훨씬 나중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 귀족의 존재 방식이 변하는 시대라.
평민의 틀에 들어가지 않는, 평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