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휴~! 오늘은 이 정도로 해야겠다.
  2. 이런 늦은 밤에 무슨 소리가 나나 했더니…… 너였군.
  3. 로렌츠구나. 일반 훈련을 마친 뒤에는 늘 혼자서 단련하거든.
  4.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싸움에도 대비해야 하는 게 용병이니까.
  5. 그렇군…… 이제 마음가짐도 용병이 다 됐구나.
  6. 생각해 보니 네가 용병이 되었단 걸 알았을 때 안도감이 들면서도 자책감에 사로잡혔었어.
  7. ……응? 왜? 너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
  8. 아니, 상관없다고는 할 수 없지.
  9. 네 고향인 사윈 마을은 우리 글로스터가의 영지야.
  10. 부끄럽게도 입학 당초엔 네가 그렇다는 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11. 학교가 휴교하게 된 후, 우리 영지 출신 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 쓰여서 조사해 봤거든.
  12. 호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된 거구나.
  13. 그래, 글로스터가를 이을 자로서 영민을 염려하는 건 당연한 책무니까.
  14. 가르그 마크에 오는데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생을 거듭해 왔겠지.
  15. 그런 자가 고통에 허덕이게 되면 곤란하잖아.
  16. 교단에 지불한 돈은 학교가 휴교한 후에 어느 정도 돌려받긴 했어.
  17. 하지만 그뿐이었지. 직업 알선도 없고 영주의 도움도 없었어.
  18. 그래서 스스로 어떻게든 견습 용병으로 들어갔고…… 그 뒤는 뭐, 운이 좋았지.
  19. ……………… ……미안하다, 레오니양.
  20. 사죄하지. 귀족으로서는 아버지를 대신해, 전 급우로서는 나 자신이 말이야.
  21. 그러지 마. 네 탓도 아닌데.
  22. 나는 내 의지로 마을을 나왔어. 이 실력 하나만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했거든.
  23. 마을에 있으면 귀족이 보호해 주잖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길을 선택했어.
  24. 평민이 귀족에 기대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 시대가 와도 이상할 건 없잖아?
  25. ……그렇다면 너는, 앞으로 귀족은 필요가 없어질 거라 말하는 건가?
  26.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너희에게 보호받고 싶어 하는 평민도 있겠지.
  27. 하지만, 모든 평민을 귀족이 지키기는 힘들 거라 생각해. 이런 시국이기도 하니까.
  28. 나 같은 사람은 분명 늘어날 거야. 뭐, 훨씬 나중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29. 귀족의 존재 방식이 변하는 시대라. 평민의 틀에 들어가지 않는, 평민……?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