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하게 지내니?
남매끼리 싸우지는 않고?』
- 『난 별일 없단다.
아무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어.』
- 『왕국 교회를 떠난 지도 오래됐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구나.』
- 『……전쟁이 끝나면
다시 셋이서 함께 살 수……』
- ……어머니는 건강하신가 보군.
- 응. 편지에 너와 재회했다고 적었더니
바로 답장이 왔지 뭐야~
- 후훗, 기쁘셨나 봐~
어머니는 늘 널 걱정하고 계셨으니까.
- ………………
- 바르텔스가에서 헤어진 게 마지막이었으니……
조만간 얼굴이라도 보여 드려.
- 어머니의 편지에도 쓰여 있었지만,
전쟁이 끝나면 다시 셋이서 함께……
- ……그럴 수는 없다.
- ……왜?
- 난……
어머니께 얼굴을 보여서는 안 된다.
- 아버지를, 가문 사람들을 모두…… 베었어.
살인자의 몰골을…… 보여 드리고 싶지 않아.
- ……그 얘기는 나도 들었어.
하지만 너도 사정이 있었던 거잖아?
- 그걸 제대로 얘기하면
어머니도 이해해 주실 거야~
-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 안에는…… 살육을 즐기는 악귀가 있어.
- "사신"은……
너나 어머니도 주저 없이 죽일 거다.
- 그렇게 되면 난……
분명 나 자신을 잃게 되겠지.
- 괜찮아. 지금 이렇게 나랑 얘기하는 것만 봐도
넌 예전의 너 그대로인걸~
- 달콤한 과자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에밀 그대로……
- ……메르세데스.
- 지금은, 그렇다 해도……
언젠가 내 안의 악귀가 죽는다 해도……
- 난…… 내 죄를 용서받기 전에는
너와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다.
- ……그리고, 죄를 용서받는 날 같은 건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몰라.
- 하지만……
- 법의 심판을 받고…… 죗값을 치르겠어.
그게 내 바람이다.
- ……그래. 그게 네 결단이구나.
- 그럼, 아무리 쓸쓸해지더라도
힘내라고 응원해 줘야겠네.
- 그래도 있지. 몇 년이 걸리든
어머니와 난, 계속 널 기다릴 거야.
- 네가 가슴을 펴고 어머니 앞에
얼굴을 보일 날을…… 기다릴 거야.
- ……그래.
- 그 무렵엔 나도 어머니도, 할머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 네가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면서
느긋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자.
- ……그래.
고마워.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