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그러지? 율리스.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 아니, 이상하다 싶어서……
당신이 이런 마을에 섞여 들다니.
- 그래? 섞여 들고 있나!?
난 여기가 좋아. 이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 확실히 뒷골목에는 뜨내기도 많지만,
그 말은 즉 포용력이 있다는 뜻도 되겠지.
- 나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도
사람들은 웃으며 받아들여 주니까.
- 뭐,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왕인 걸 알면
모두 놀라 뒤집어지겠지만……
- 그래서 쓰레기장 시찰은 어떠셨는지요, 폐하?
좀 보였어? 그 다른 풍경인지 뭔지가.
- 음…… 난 오랫동안 가난한 자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만 생각해 왔어.
- 무료 의무 시설 설립이나, 교회 출자 같은……
그런 지원들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지.
-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을 보고 생각했어.
그들은 구원을 기다리기만 하는 약자가 아니야.
- 네 약자라는 말의 정의는 제쳐 두고,
그리 얌전한 녀석들이 아니긴 하지.
- 이상론이지만, 난 귀족만이 아닌 백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
- 그러기 위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영주와 왕이 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필요해.
- 그렇다고 내가 모든 도시와 촌락을 돌며
실정을 보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지.
- 하다못해 관련된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가면
조금은 이상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 호오…… 그야 실현된다면 만만세겠지만,
그리 쉽게는 안 될 것 같은데?
- 우선은 그 빈곤한 녀석들이
최소한의 지혜를 갖추게 해 줘야겠지.
- 물론 「배고프다」나 「세금이 부담된다」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 가령, 영주의 정책이나 방침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의견을 내려면 교양이 필요해.
- 교양……
역시 중요한 건 교육이라는 건가.
- 그래. 그리고 성가시게도, 인간이란 잘 곳과
먹을 게 없으면 배우려는 생각이 안 들잖아?
-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교육은
그다음에야 성립된다는 말이군.
- 뭘 하든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야. 국고가 넉넉하다곤 할 수 없어.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전쟁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는 정도인데……
- 요는 돈 문제라는 건가.
그럼, 우릴 써 볼 생각 없어? 디미트리.
- 돈이 필요하면 신뢰할 만한 상인을 소개하지.
더러운 일을 해야 할 땐 부하도 빌려줄게.
- 대신 당신은 살짝,
우리의 "뒷배"를 봐 주기만 하면 돼.
- 왕의 이름을 빌려 나쁜 짓을 벌일 셈이라면
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그리고……
- 그런 식으로 네게 잡아먹힌 영주의
이야기도, 난 들어서 알고 있다.
- 그자들과 당신은 달라. 당신과 내 힘이
있다면, 내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거든……
- 당신 상대로 악덕 장사는 안 해.
이건 내 최대한의 호의야.
- 네, 꿈이라고?
- 뭐, 그건 차차 얘기하고.
그래서 어쩔 거야, 폐하? 교섭 성립인가?
- ……긍정적으로 생각해 두지. 나도 너와
지내면서…… 널 믿고 싶어졌으니까.
- 나라면 반드시 당신의 도움이 될 수 있어.
바람직한 대답을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