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그러지? 율리스.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2. 아니, 이상하다 싶어서…… 당신이 이런 마을에 섞여 들다니.
  3. 그래? 섞여 들고 있나!? 난 여기가 좋아. 이 마을도, 마을 사람들도.
  4. 확실히 뒷골목에는 뜨내기도 많지만, 그 말은 즉 포용력이 있다는 뜻도 되겠지.
  5. 나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도 사람들은 웃으며 받아들여 주니까.
  6. 뭐,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왕인 걸 알면 모두 놀라 뒤집어지겠지만……
  7. 그래서 쓰레기장 시찰은 어떠셨는지요, 폐하? 좀 보였어? 그 다른 풍경인지 뭔지가.
  8. 음…… 난 오랫동안 가난한 자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만 생각해 왔어.
  9. 무료 의무 시설 설립이나, 교회 출자 같은…… 그런 지원들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지.
  10.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을 보고 생각했어. 그들은 구원을 기다리기만 하는 약자가 아니야.
  11. 네 약자라는 말의 정의는 제쳐 두고, 그리 얌전한 녀석들이 아니긴 하지.
  12. 이상론이지만, 난 귀족만이 아닌 백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
  13. 그러기 위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영주와 왕이 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필요해.
  14. 그렇다고 내가 모든 도시와 촌락을 돌며 실정을 보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지.
  15. 하다못해 관련된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가면 조금은 이상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16. 호오…… 그야 실현된다면 만만세겠지만, 그리 쉽게는 안 될 것 같은데?
  17. 우선은 그 빈곤한 녀석들이 최소한의 지혜를 갖추게 해 줘야겠지.
  18. 물론 「배고프다」나 「세금이 부담된다」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19. 가령, 영주의 정책이나 방침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의견을 내려면 교양이 필요해.
  20. 교양…… 역시 중요한 건 교육이라는 건가.
  21. 그래. 그리고 성가시게도, 인간이란 잘 곳과 먹을 게 없으면 배우려는 생각이 안 들잖아?
  22.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교육은 그다음에야 성립된다는 말이군.
  23. 뭘 하든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야. 국고가 넉넉하다곤 할 수 없어.
  24.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전쟁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는 정도인데……
  25. 요는 돈 문제라는 건가. 그럼, 우릴 써 볼 생각 없어? 디미트리.
  26. 돈이 필요하면 신뢰할 만한 상인을 소개하지. 더러운 일을 해야 할 땐 부하도 빌려줄게.
  27. 대신 당신은 살짝, 우리의 "뒷배"를 봐 주기만 하면 돼.
  28. 왕의 이름을 빌려 나쁜 짓을 벌일 셈이라면 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그리고……
  29. 그런 식으로 네게 잡아먹힌 영주의 이야기도, 난 들어서 알고 있다.
  30. 그자들과 당신은 달라. 당신과 내 힘이 있다면, 내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거든……
  31. 당신 상대로 악덕 장사는 안 해. 이건 내 최대한의 호의야.
  32. 네, 꿈이라고?
  33. 뭐, 그건 차차 얘기하고. 그래서 어쩔 거야, 폐하? 교섭 성립인가?
  34. ……긍정적으로 생각해 두지. 나도 너와 지내면서…… 널 믿고 싶어졌으니까.
  35. 나라면 반드시 당신의 도움이 될 수 있어. 바람직한 대답을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