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 오늘도 늠름하구나. 제대로 털을 정돈해 볼까.
  2. 안녕, 페르디난트.
  3. 아, 레오니구나. 무슨 일이지?
  4. 내가 조사해 봤는데, 역시 이상한 건 너였어!
  5. ……내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지. 설명이 부족하다만, 레오니.
  6. 귀족이어도 자진해서 마구간을 청소하거나 더러워진 도구를 정비한다는 이야기 말이야.
  7. 제국 귀족 중에 담당도 아닌데 멋대로 하는 건 너뿐이었다고!
  8. 즉, 제국도 동맹도 귀족은 똑같아. 내 말이 맞았다는 거지.
  9. 으음,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10. 확실히 네가 조사한 범위 내에서 행동에 옮긴 사람은 나뿐이었겠지.
  11.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야. 본질은 달라.
  12. 본질? 무슨 뜻이야?
  13. 진짜 귀족인 사람은 다들 나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머릿속으로는 말이지.
  14.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이번에는 우연히 나밖에 없었던 거야.
  15. 그 행위를 이상하다고 단정 짓는다면 모두의 생각도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돼.
  16. 즉, 나를 포함한 세상의 귀족들은 전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되고 말겠지.
  17. 뭐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헷갈리게 하려는 거 아냐?
  18. 왜 말이 그렇게 되지. 너 말고 다른 귀족은 이상하지 않다니까.
  19. ……아무래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게 될 것 같군.
  20. 그런 것 같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진 않지만.
  21. 그렇다면, 알게 해 줘야겠지. 내가 올바른 귀족이라는 것을!
  22. 그러면 나도 알게 해 줘야겠네. 너 같은 귀족은 달리 없다는 걸!
  23. ………………
  24. ………………
  25. 훗, 나 같은 사람이 조금 고집을 부려 버렸군.
  26. 이런 이야기는 결코 이해를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말이야.
  27. 귀족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였어. 사죄하도록 하지.
  28. 아니, 나야말로 흥분해 버려서…… 미안했어.
  29. 네가 솔선해서 다양한 일을 해 주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데.
  30. 그런 게 귀족다운지 아닌지 하는 이야긴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지. 미안해.
  31. 괜찮아, 신경 쓸 것 없어.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게 있거든.
  32. 결국 문제는 내가 아니라…… 세상의 귀족들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거야.
  33. 그렇다면, 내가 더욱 행동으로 옮겨서 귀족의 올바름을 알려야겠지.
  34. 두고 봐, 레오니. 분명 네가 생각하는 귀족은 없어지게 될 테니.
  35. ……응? 그렇게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럼 귀족 같은 건 상관없어지게 되는 거 아닌가?
  36. 평민보다 솔선해서 힘든 일을 하고, 평민을 바보 취급 안 한다는 거잖아? 그건 그냥 평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