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오늘도 늠름하구나.
제대로 털을 정돈해 볼까.
- 안녕, 페르디난트.
- 아, 레오니구나.
무슨 일이지?
- 내가 조사해 봤는데,
역시 이상한 건 너였어!
- ……내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지.
설명이 부족하다만, 레오니.
- 귀족이어도 자진해서 마구간을 청소하거나
더러워진 도구를 정비한다는 이야기 말이야.
- 제국 귀족 중에 담당도 아닌데 멋대로
하는 건 너뿐이었다고!
- 즉, 제국도 동맹도 귀족은 똑같아.
내 말이 맞았다는 거지.
- 으음,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 확실히 네가 조사한 범위 내에서
행동에 옮긴 사람은 나뿐이었겠지.
-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야.
본질은 달라.
- 본질? 무슨 뜻이야?
- 진짜 귀족인 사람은 다들 나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머릿속으로는 말이지.
-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이번에는 우연히 나밖에 없었던 거야.
- 그 행위를 이상하다고 단정 짓는다면
모두의 생각도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돼.
- 즉, 나를 포함한 세상의 귀족들은
전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되고 말겠지.
- 뭐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헷갈리게 하려는 거 아냐?
- 왜 말이 그렇게 되지.
너 말고 다른 귀족은 이상하지 않다니까.
- ……아무래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게 될 것 같군.
- 그런 것 같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진 않지만.
- 그렇다면, 알게 해 줘야겠지.
내가 올바른 귀족이라는 것을!
- 그러면 나도 알게 해 줘야겠네.
너 같은 귀족은 달리 없다는 걸!
- ………………
- ………………
- 훗, 나 같은 사람이 조금 고집을 부려 버렸군.
- 이런 이야기는 결코 이해를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말이야.
- 귀족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였어.
사죄하도록 하지.
- 아니, 나야말로 흥분해 버려서……
미안했어.
- 네가 솔선해서 다양한 일을 해 주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데.
- 그런 게 귀족다운지 아닌지 하는 이야긴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지. 미안해.
- 괜찮아, 신경 쓸 것 없어.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게 있거든.
- 결국 문제는 내가 아니라……
세상의 귀족들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거야.
- 그렇다면, 내가 더욱 행동으로 옮겨서
귀족의 올바름을 알려야겠지.
- 두고 봐, 레오니.
분명 네가 생각하는 귀족은 없어지게 될 테니.
- ……응? 그렇게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럼
귀족 같은 건 상관없어지게 되는 거 아닌가?
- 평민보다 솔선해서 힘든 일을 하고, 평민을 바보
취급 안 한다는 거잖아? 그건 그냥 평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