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롭게 뛰게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에 또 산책하자.
- ………………
- 오, 마리안. ……왜 경계하는 건데.
이런 미소년을 보는 표정이 그게 뭐야?
- 유, 율리스씨……
뭔가 볼일이 있으신가요……?
- 아니, 그냥 어쩌다 들른 것뿐이야.
훈련하고 오는 길에, 네 모습이 보이더라고.
- 그런데 너, 항상 마구간에 있더라.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데, 안 질려?
- 죄송해요……
- 아니 그러니까, 단순한 질문이지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니까.
- 하아…… 젠장, 골치 아프네……
잡담 좀 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 그보다 너, 이렇게까지 어두운 녀석이었어?
다른 녀석들이랑은 평범하게 대화하잖아.
- 율리스씨는 동물을 싫어하시죠……?
저, 잡담은 동물 이야기 정도밖에……
- 그러니까, 그……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싫어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 아니, 잠깐 있어 봐.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내가 대체 언제 동물을 싫어한다고 그랬어?
- 전에, 제가 여물을 갈아 주러 갈 때도
멀리서 노려보시는 것 같았고……
- 아…… 그런데 동물을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역시 저 때문……인가요?
- 율리스씨 기분이 상하시기 전에,
저…… 얼른 사라질게요……
- ………………
- ……어쩔 수 없군. 자, 마리안.
하나씩 오해를 풀어 보자고.
- 방금도 말했지만, 나는 동물이 싫지 않아.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야. 여기까지는 알겠지?
- 네, 네…… 죄송합……!
- 사과하지 마. 네가 사과하면 나는 끊임없이
같은 말을 해야 하니까. 일단 들어.
- 그리고, 딱히 너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아니, 방금 골치 아프다곤 생각했지만.
- 죄…… 그러시다면, 왜 그때
저를 노려보셨던 건가요?
- 잘못 봤거나 그런 거 아냐? 그때라는 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 ………………
……아. 설마, 그때인가? 그렇군.
- 그……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거든?
그러니까…… 체질 같은 건데.
- 체질……? 역시, 제가
가까이 있어서 불쾌하셨던 게……
-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
여신님께 맹세코 너 때문은 아니라니까.
- 아뇨, 율리스씨는 제가 뭘 가졌는지
모르시니까요…… 시, 실례하겠습니다……!
- 결국 말이 전혀 통하질 않았군.
어디 사는 음지 인간이 좀 더 낫겠어.
- 결국 말이 전혀 통하질 않았군.
어떻게 해야 잘 들어 주려나, 저 녀석은.
- 그나저나…… '얼른 사라질게요'라니.
그런 말을 들으면 내버려 둘 수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