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머, 제랄트 용병단의 단장씨.
안녕…… 앗.
- 응? 뭐야, 왜 그래?
- 우람하고 건장한 체격에,
거칠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용모……
- 당신이 이렇게나 연륜이 느껴지고
멋있는 남자였다니……!
-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내 불찰이야. 불찰.
- 이봐, 이런 늙은이를 붙들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 잘 들어, 이 나이가 되면 사랑 타령 따윈
귀찮기만 하다고.
- 남자를 만나고 싶으면 딴 사람 찾아봐.
팔팔한 남자는 썩어 날 만큼 있잖아.
- 그런 무뚝뚝한 태도도 멋・있・어.
젊은 남자에게는 없는 매력이 넘치네, 당신.
- 내 경력은 아시려나? 이래 보여도 옛날엔
미테르프랑크 가극단의 가희였어.
- 한쪽은 "파멸의 검"의 이름을 가진 실력파 용병.
한쪽은 "기적의 가희"……
- 만약에 우리가 이어진다면,
포드라 전역이 충격에 빠지겠지……!
- ……너, 미테르프랑크 가극단에서
노래를 했었군.
- 그래, 맞아.
공연을 본 적 있어?
- 아니, 없다.
- 어머머…… 그래도, 가극단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
- 그야 알지. 그 가극단에는
재미없는 추억이 있으니까.
- 어머, 어떤 추억이려나.
괜찮다면 들려주지 않겠어?
- 쳇…… 쓸데없는 걸 말해 버렸군.
남한테 들려줄 만한 얘기는 아닌데.
- 쩨쩨하게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당신을 좀 더 알고 싶단 말이야, 나.
- ……아내가 떠올랐어.
- 예전에 아내하고, 언젠가 앙바르의 극장에
데려가 주기로 약속을 했거든.
-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킬 날은 오지 않았지.
그냥 그게 다야.
- ……그랬, 었구나.
- 미안해.
괴로운 일을 떠올리게 해 버려서……
- 이런, 재미없는 얘길 하는 바람에
모처럼 예쁜 얼굴을 찌푸리게 해 버렸잖아?
- 여태 잊고 살던 먼 옛날이야기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아가씨.
- 아가씨……! 나, 그런 식으로
불리는 게 몇 년 만인지……
- 오, 환한 얼굴로 돌아왔군.
내가 볼 때는 너도 꼬맹이나 다름없다고.
- 나 따위랑 엮여 봤자 시간 낭비야.
그럼 이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