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어머, 제랄트 용병단의 단장씨. 안녕…… 앗.
  3. 응? 뭐야, 왜 그래?
  4. 우람하고 건장한 체격에, 거칠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용모……
  5. 당신이 이렇게나 연륜이 느껴지고 멋있는 남자였다니……!
  6.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내 불찰이야. 불찰.
  7. 이봐, 이런 늙은이를 붙들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8. 잘 들어, 이 나이가 되면 사랑 타령 따윈 귀찮기만 하다고.
  9. 남자를 만나고 싶으면 딴 사람 찾아봐. 팔팔한 남자는 썩어 날 만큼 있잖아.
  10. 그런 무뚝뚝한 태도도 멋・있・어. 젊은 남자에게는 없는 매력이 넘치네, 당신.
  11. 내 경력은 아시려나? 이래 보여도 옛날엔 미테르프랑크 가극단의 가희였어.
  12. 한쪽은 "파멸의 검"의 이름을 가진 실력파 용병. 한쪽은 "기적의 가희"……
  13. 만약에 우리가 이어진다면, 포드라 전역이 충격에 빠지겠지……!
  14. ……너, 미테르프랑크 가극단에서 노래를 했었군.
  15. 그래, 맞아. 공연을 본 적 있어?
  16. 아니, 없다.
  17. 어머머…… 그래도, 가극단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
  18. 그야 알지. 그 가극단에는 재미없는 추억이 있으니까.
  19. 어머, 어떤 추억이려나. 괜찮다면 들려주지 않겠어?
  20. 쳇…… 쓸데없는 걸 말해 버렸군. 남한테 들려줄 만한 얘기는 아닌데.
  21. 쩨쩨하게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당신을 좀 더 알고 싶단 말이야, 나.
  22. ……아내가 떠올랐어.
  23. 예전에 아내하고, 언젠가 앙바르의 극장에 데려가 주기로 약속을 했거든.
  24.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킬 날은 오지 않았지. 그냥 그게 다야.
  25. ……그랬, 었구나.
  26. 미안해. 괴로운 일을 떠올리게 해 버려서……
  27. 이런, 재미없는 얘길 하는 바람에 모처럼 예쁜 얼굴을 찌푸리게 해 버렸잖아?
  28. 여태 잊고 살던 먼 옛날이야기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아가씨.
  29. 아가씨……! 나, 그런 식으로 불리는 게 몇 년 만인지……
  30. 오, 환한 얼굴로 돌아왔군. 내가 볼 때는 너도 꼬맹이나 다름없다고.
  31. 나 따위랑 엮여 봤자 시간 낭비야. 그럼 이만.
  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