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릭, 잠시 시간 있나?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물론, 폐하께서 바라신다면요.
뭘 묻고 싶으신 거죠?
- 난……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 제 이야기, 말입니까?
- 지금까지 못 물어봤지만…… 들려줘. 자네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떤 생각을 했지?
- 람베르가 죽었을 때 말씀이십니까.
뭐, 처음에는 바로 믿기지가 않았지요.
-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녀석의
죽음이 현실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 하지만 저는 「약속」을 했었던지라,
그것을 이루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러면 가령, 내가 더스커에서 아버지나 그렌과
함께 죽었더라면, 자네는 어떻게 했을까?
- ………………
- 자네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얼굴을
볼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어.
- 자네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함께 죽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 ……후후,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폐하.
저는 보기엔 이래도 굳센 사람이라서요.
- 폐하가 돌아가셨다 한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 다만…… 녀석과의 약속을 위해 죽는다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지요.
- 그건 내가 용납 못 해.
자네를 그런 약속 때문에 잃을 수는 없어.
- 자네를 잃는다는 건 내겐 한 번 더
아버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도 하고……
- ……만일 나 때문에 자네가 죽는다면
난 분명 냉정을 유지할 수 없을 거야.
-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폐하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시지 않습니까.
- 신하란 주군이 사는 방식을 닮는 법입니다.
폐하께서 먼저 목숨을 소중히 여기셔야지요.
- ……정론이군. 반박할 수가 없어.
- 큭큭…… 아니, 죄송합니다.
조금 심술궂은 설교를 늘어놓고 말았군요.
- 폐하께서 너무나도 람베르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기에, 저도 모르게 그만……
- ……줄곧 녀석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아들인 폐하께 내뱉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 하하하, 이래서야 마티아스 녀석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겠군요.
- 아버지와 같은 말……?
- 왜, 전에 제가 멍청한 짓을 해서
궁지에 빠졌던 이야기를 했잖습니까?
- 녀석은 적진을 돌파해 와서는 제일 먼저
「네 목숨을 함부로 여기지 마라」라더군요.
-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사내가 그런 말을 한들,
설득력이 어지간히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 ……후후, 그건 그렇지.
- 자네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나 보군.
아버지가 부러울 지경이야.
- 하하,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희 아들 녀석이
화낼 겁니다. 너에게 난 뭐냐, 하면서요.
- ……자,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다음은 마티아스의 옛날이야기나 할까요?
- 그거 재미있겠군. 흔치 않은 기회이니
실뱅 일행도 불러오지.
- 그거 재미있겠군.
꼭 들려줘, 로드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