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드릭, 잠시 시간 있나?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2. 물론, 폐하께서 바라신다면요. 뭘 묻고 싶으신 거죠?
  3. 난……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4. 제 이야기, 말입니까?
  5. 지금까지 못 물어봤지만…… 들려줘. 자네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떤 생각을 했지?
  6. 람베르가 죽었을 때 말씀이십니까. 뭐, 처음에는 바로 믿기지가 않았지요.
  7.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녀석의 죽음이 현실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8. 하지만 저는 「약속」을 했었던지라, 그것을 이루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9. 그러면 가령, 내가 더스커에서 아버지나 그렌과 함께 죽었더라면, 자네는 어떻게 했을까?
  10. ………………
  11. 자네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얼굴을 볼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어.
  12. 자네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함께 죽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13. ……후후,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폐하. 저는 보기엔 이래도 굳센 사람이라서요.
  14. 폐하가 돌아가셨다 한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15. 다만…… 녀석과의 약속을 위해 죽는다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지요.
  16. 그건 내가 용납 못 해. 자네를 그런 약속 때문에 잃을 수는 없어.
  17. 자네를 잃는다는 건 내겐 한 번 더 아버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도 하고……
  18. ……만일 나 때문에 자네가 죽는다면 난 분명 냉정을 유지할 수 없을 거야.
  19.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폐하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시지 않습니까.
  20. 신하란 주군이 사는 방식을 닮는 법입니다. 폐하께서 먼저 목숨을 소중히 여기셔야지요.
  21. ……정론이군. 반박할 수가 없어.
  22. 큭큭…… 아니, 죄송합니다. 조금 심술궂은 설교를 늘어놓고 말았군요.
  23. 폐하께서 너무나도 람베르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기에, 저도 모르게 그만……
  24. ……줄곧 녀석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아들인 폐하께 내뱉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25. 하하하, 이래서야 마티아스 녀석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겠군요.
  26. 아버지와 같은 말……?
  27. 왜, 전에 제가 멍청한 짓을 해서 궁지에 빠졌던 이야기를 했잖습니까?
  28. 녀석은 적진을 돌파해 와서는 제일 먼저 「네 목숨을 함부로 여기지 마라」라더군요.
  29.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사내가 그런 말을 한들, 설득력이 어지간히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30. ……후후, 그건 그렇지.
  31. 자네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나 보군. 아버지가 부러울 지경이야.
  32. 하하,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희 아들 녀석이 화낼 겁니다. 너에게 난 뭐냐, 하면서요.
  33. ……자,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다음은 마티아스의 옛날이야기나 할까요?
  34. 그거 재미있겠군. 흔치 않은 기회이니 실뱅 일행도 불러오지.
  35. 그거 재미있겠군. 꼭 들려줘, 로드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