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입맛을 알고 있었나?
자네가 어떻게…… 아니, 고맙다.
- 신경 써 주어서 고맙군.
이 답례는 언젠가 하지.
- 이건…… 아니, 자네 잘못이 아니야.
내 편식이 나쁜 거지.
- 그래, 어디로 가려는 건가?
- 어딜 갈지는 맡기도록 하지.
어디든 데려가 주게.
- 호오, 큰 전투를 벌이기에 적합한 곳이군.
……미안하다, 괜한 말을 꺼냈어.
- 이곳은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은 숲이군.
아름답고도 고요해.
- 이 웅대하고 장엄한 풍경을
전쟁으로 더럽히다니, 인간이란 참 어리석군.
- 예전에 살던 곳과 비슷해서 그런지,
어쩐지 그리움이 느껴지는 풍경이군.
- 음, 이 근처에서는 못 보던 새였지.
길 잃은 새라…… 우화의 소재로 좋겠어.
- 마을도 없는 초원에 의문의 쪽지라……
재미있군, 만약을 위해 가지고 있어야겠어.
- 그런 듯하군. 여기는 지금 포드라 안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지도 몰라.
- 걱정할 것 없다.
돌아가는 방향은 내가 파악하고 있으니까.
- 자네의 그 상냥함은 거짓이 아니야.
나 개인으로서는 그리 확신하고 있다.
-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이 정도 상처는 상처 축에도 못 끼지.
- 자네도 낚시를 좋아하나? 나도 차분히
낚싯줄을 드리우는 시간을 좋아하거든.
- 자네와 물놀이를?
아니…… 사양하지.
- 귀족이 귀족으로서의 책임을 지듯이,
나도 입장상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어.
- 오랜 시간 포드라가 평온을 유지해 온 것은
세이로스 성교회가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지.
- 대사교님은 내게 있어 동지라고 할 수 있지.
앞으로도 함께 같은 길을 걸을 생각이다.
- 고지식하고 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는
모양이다만, 일을 하기엔 그 정도가 적당해.
- 가르그 마크 대수도원은 천 년이 넘도록
세이로스 성교회의 중심지였지.
- 교의가 모두 바르고 선하다고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대부분 믿을 가치가 있는 것들이지.
- 신원이 불확실한 점은,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만.
- 이래 봬도 우화를 만드는 게 취미거든.
수도원 아이들에게 곧잘 들려주곤 했지.
- 어중간한 걸 싫어한다. 무슨 일이든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하고자 하지.
- 그때그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족해.
- 내 개인적인 고민 따위보다
이 전쟁을 어떻게 이겨 낼지를 생각해야 해.
- 내 여동생 흐렌은 몸이 좋지 않아서 말이지.
너무 무리하게 하고 싶지 않아.
- 내겐 아내가 있었어. 이미 오래전에 잃었지만,
잘 웃는 사람이었지.
- 예전엔 둘도 없는 벗이라 할 동료가 있었지.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 텐데……
- 개인적인 무예도 물론 갖추면 좋겠지만,
전쟁에서 중요한 건 무엇보다 용병술이지.
- 이렇게 날 불러 줄 줄은 몰랐는데. 난 아직
자네라는 사람을 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군.
- 자네에게 묘한 힘만 없었다면…… 아니,
미안하군. 이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 변함없이 바쁘다. 이런 정세에도
대사교님은 기운차게 일하고 계시니까.
- 피곤해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만,
아무래도 좀 쉬고 싶을 때가 있지.
- 나와 같은 핏줄인 이는 모두
비슷한 머리색을 띠고 있어.
- 머리 손질에는 관심이 없어.
자네가 정리해 준다면 고맙겠는데.
- 내 표정은 너무 딱딱하다더군.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 최소한 자네에게는 부드러운 표정을
보이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좀처럼 안 되는군.
- 사무 쪽 일에 쫓기다 보면
아무래도 몸이 둔해져서 큰일이야.
- 젊었을 때처럼 몸을 혹사할 수 없게 됐어.
자네도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거야.
- 좋은 휴식이 됐어.
또 기회가 있으면 불러 주게.
-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을 보냈어.
다음 기회를 기대하고 있지.
- 좋아, 도와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