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왜 그러고 있어, 이런 한밤중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그만 방에 가서 자.
- 디미트리야말로 아직 깨어 있었구나.
뭐, 일도 많이 쌓여 있겠지만……
- 디미트리야말로 아직 깨어 있었구나.
뭐, 일도 많이 쌓여 있겠지만……
- ……한심하게도, 이런 때는 오히려
일에 몰두하는 편이 마음이 놓이거든.
- 가만히 누워 있으면 아무래도
그가 자꾸 생각나서.
- ……역시 나 때문이겠지?
- ……역시 나 때문이겠지?
- 네가 자책할 필요는 없어.
- 나와 펠릭스는 눈앞에 있었는데도
구하지 못했어. ……죽게 하고 말았지.
- 애초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지휘와 판단이
안이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초래한 거야.
- 하지만…… "잿빛 악마"는 줄곧
내게 쓰러뜨려야 할 상대였어.
- 하지만…… "잿빛 악마"는 줄곧
내게 쓰러뜨려야 할 상대였어.
- 싸우지 않고 해결하자느니, 그런 얼빠진
소릴 해서 이런 큰 희생을 낳고 만 거야.
- 싸우지 않고 해결하자느니, 그런 얼빠진
소릴 해서 이런 큰 희생을 낳고 만 거야.
- "잿빛 악마"는 내가 반드시 쓰러뜨리겠어.
아무래도 그것만은 말해 두고 싶었어.
- "잿빛 악마"는 내가 반드시 쓰러뜨리겠어.
아무래도 그것만은 말해 두고 싶었어.
-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마…… 놈은 쓰러뜨려야
할 상대야. 네게도, 우리에게도.
-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면 안 된다고
내게 가르쳐 준 건 너희들이잖아.
-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오늘은 그만 쉬어.
너도 많이 지쳤을 테니까.
- ……그래. 고맙다, 디미트리.
- ……그래. 고마워, 디미트리.
- 이봐…… 펠릭스.
엿듣는 건 좋지 않아.
- 아까부터 조용히 듣고만 있었더니……
그런 말을 병사가 들었다간 사기가 떨어질 거다.
- 걱정도 많기는. 일부러 이런 데서 귀 기울이고
있을 사람이 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 흥, 난 그저 네놈이 또 괜한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됐을 뿐이야.
- 괜한 생각이라니…… 그가 원통하게
목숨을 잃은 건 내 용병술이 모자라서야.
- ……로드릭도 그런 식으로 목숨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어.
- 쳇. 그러고 있을 줄 알았다, 멍청한 놈.
어르신…… 아버지도 원통하기야 했겠지.
- ………………
- 그건 「죽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죽을 자리를 찾던 시절마저 있었으니까.
- 아버지가 원통했던 건, 왕이 나라의 미래를
이뤄 내는 걸 도와주고 지켜보지 못해서였다고.
- ……그건.
- 그러니 내가 아버지 대신 널 돕겠다.
넌 싸움에 이겨서 왕국에 미래를 가져와.
- ……아버지의 바람은 그로써 이루어질 거다.
- 펠릭스……
- ……그나저나 이 쌀쌀한 밤에 너와 둘이서
별을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
- 옛날…… 밤에 설산에서 조난당할 뻔했을 때?
지금도 기억나. 죽음을 각오했었으니까.
- ……그때 로드릭과 그렌이
우리 둘을 데리러 와 줬었지.
- ……그랬지. 그때 둘이서 같이
지독하게도 야단맞았었는데.
- ………………
- ……뭐, 오늘 밤 정도는
인상 좀 구기고 있어도 용서해 주시겠지.
-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