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잿빛 악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어떻게, 라니요? 몇 번이고 우릴 방해한
강한 용병입니다만.
- 이전 전투에서 마침내 토벌할 수 있었지요.
- 그 아버지인 "파멸의 검" 제랄트를 이쪽에서
해치웠으니……
- 앞으로도 강적으로서 우리 앞을 막아설
가능성이 높겠지요.
- 사실 아군으로 들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뭐, 다 지난 일이지요. 지금은 무척
믿음직스러운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 맞아, 그건 그렇지. 정말……
아군으로 들일 수 있어서 안심했어.
- 그래서, 그자가 어쨌다는 말씀이십니까?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 ……모르겠어.
- 아니, 미안.
신경 쓰지 마.
- 그 말을 듣고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만……
- 그렇지, 네 말이 옳아.
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서 그래.
- 정체 모를 무언가를 느꼈어.
끌어당기는 듯한 뭔가를……
- 어쩌면, 문장의 영향일까……?
- 문장?
그건 예삿일이 아닌데요.
-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야.
"잿빛 악마"는 죽었으니까.
- 하지만 답이 나올 리가 없지.
싸워서 결판을 낼 수밖에 없는 상대니까.
- 하지만 서둘러 답을 찾을 생각은 없어.
지금은 이 전쟁을 끝내는 게 먼저야.
- 알겠습니다.
폐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 다만, 저는 제 재량으로 그자에 대해
조사해 보겠습니다.
- 그래,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겠거니 싶었거든.
- 그나저나…… 너도 참 한결같구나.
- 내가 궁성 지하에서 나왔을 때도,
너만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 『주군께서 못 움직이신 만큼, 제 재량으로
조사해 뒀습니다……』 같은 말을 했었지.
-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있었으니까요.
- 겉으로 내색하면 그들에게 이용당한다……
그리 생각해서 한 행동입니다.
- 저는 냉혹하고 음험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시종……
- 그거면 됐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편이 편하지요.
- 그야 그렇겠지만……
나도 가끔은 반대 입장이 되어 보고 싶어.
- 진심이십니까?
폐하,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셨는지요?
- ……진심은 아니야.
나랑 안 맞는다는 걸 아니까.
- 아뇨, 안 맞는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 다만 저는, 다른 이들 위에 서는 주군을
좋아하거든요.
- 부디 앞으로도 뭐든 명령해 주십시오.
모든 것을 바쳐 부응하겠습니다.
- ……고마워.
앞으로도 의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