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그래, 페르디난트. 그냥 물 주는 걸 그렇게 쳐다보고.
  2.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서. 앙바르에서 있었던 일이.
  3. 옛날? 무슨 일이었는데?
  4. 아니, 그리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야.
  5. 어릴 적, 시내의 큰길에 있는 분수에서 노래하며 춤추던 물의 정령을 봤거든.
  6. 햇빛에 빛나는 소녀 같은 아름다움에…… 어린 나는 부끄러워서 도망쳤었지.
  7. 응……? 그거……
  8. 정말 물의 정령이었어? 잘못 봤다거나……
  9. 이 귀로 그 노래를 똑똑히 들었어. 제도의 평민들이 부르던 목가였지.
  10. 하지만 용기를 내서 돌아왔을 땐 이미 모습을 감췄더군.
  11. 그 소녀는…… 옷가지라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던 것 같았어.
  12. 그랬으면 현실이라고 느끼기 어려웠겠네.
  13. 앗…… 그때의 페르는…… 말도 안 돼, 내가 오해한 거야……?
  14. 그보다, 잘 생각해 보니 확실히 내가 그런 곳에서……
  15. 지, 지금은 얼굴도 못 마주치겠어. 빨리 돌아가야……
  16. 음? 거기 있는 사람은 도로테아인가? 뭐 하고 있어?
  17. ……! 알아차렸잖아!? 침착해, 괜찮아, 침착하자.
  18. 어머, 페르랑 에델이잖아.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19. 그래, 넌…… 어머? 얼굴이 조금 빨간데.
  20. 음, 듣고 보니 그렇군. 열이 있나? 몸 상태는 어때, 도로테아.
  21. 그, 그런가? 왜 그러지? 몸은 멀쩡한데……
  22. 좀 두고 봐야겠어요. 그럼 전 이만……
  23. 기다려!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 내가 데려다주지.
  24. 네!? 괜찮아요! 바로 앞인데요 뭘.
  25. 그래도 안 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26. 자, 날 잡아. 뭣하면 내가 널 안아 들고……
  27. ……! 정말! 괜찮다니까 왜 그러세요! 저한테 가까이 오지 마세요!
  28. ……페르디난트. 너무 집요하게 굴면 상대가 싫어해.
  29. 미, 미안. 아니, 원래부터 날 싫어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저렇게까지 거절할 줄은……
  30. 뭔가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도 한 건가. 내가 어떻게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