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그래, 페르디난트.
그냥 물 주는 걸 그렇게 쳐다보고.
-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서.
앙바르에서 있었던 일이.
- 옛날? 무슨 일이었는데?
- 아니, 그리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야.
- 어릴 적, 시내의 큰길에 있는 분수에서
노래하며 춤추던 물의 정령을 봤거든.
- 햇빛에 빛나는 소녀 같은 아름다움에……
어린 나는 부끄러워서 도망쳤었지.
- 응……? 그거……
- 정말 물의 정령이었어?
잘못 봤다거나……
- 이 귀로 그 노래를 똑똑히 들었어.
제도의 평민들이 부르던 목가였지.
- 하지만 용기를 내서 돌아왔을 땐
이미 모습을 감췄더군.
- 그 소녀는…… 옷가지라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던 것 같았어.
- 그랬으면 현실이라고 느끼기 어려웠겠네.
- 앗…… 그때의 페르는……
말도 안 돼, 내가 오해한 거야……?
- 그보다, 잘 생각해 보니
확실히 내가 그런 곳에서……
- 지, 지금은 얼굴도 못 마주치겠어.
빨리 돌아가야……
- 음? 거기 있는 사람은 도로테아인가?
뭐 하고 있어?
- ……! 알아차렸잖아!?
침착해, 괜찮아, 침착하자.
- 어머, 페르랑 에델이잖아.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 그래, 넌…… 어머?
얼굴이 조금 빨간데.
- 음, 듣고 보니 그렇군.
열이 있나? 몸 상태는 어때, 도로테아.
- 그, 그런가? 왜 그러지?
몸은 멀쩡한데……
- 좀 두고 봐야겠어요.
그럼 전 이만……
- 기다려!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 내가 데려다주지.
- 네!? 괜찮아요!
바로 앞인데요 뭘.
- 그래도 안 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 자, 날 잡아.
뭣하면 내가 널 안아 들고……
- ……! 정말! 괜찮다니까 왜 그러세요!
저한테 가까이 오지 마세요!
- ……페르디난트.
너무 집요하게 굴면 상대가 싫어해.
- 미, 미안. 아니, 원래부터 날 싫어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저렇게까지 거절할 줄은……
- 뭔가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도 한 건가.
내가 어떻게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