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하, 슬슬 쉬시지요. 그 이상 하시면 몸이 상하십니다.
  2. 그래도, 싸움이 끝난 후라서 그런지 묘하게 잠이 안 와서 말이지.
  3. 두두, 넌 먼저 자. 걱정하지 않아도 적당한 때에 쉴 테니.
  4. 전에도 그리 말씀하시고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일하셨잖습니까.
  5. ……예전부터, 이럴 때마다 넌 무슨 말을 해도 절대 양보하지 않았지.
  6. 그럼 조금만 도와주겠어? 이 서한에 잘못 쓴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줘.
  7. 이건 더스커의 말…… 족장에게 보내는 서한입니까.
  8. 그래. "더스커의 비극"에 대해 그들에게도 여러 가지로 조사를 부탁해 뒀거든.
  9. 지난 번에 몇 건인가 중간보고를 받아서…… 그 답례와 다른 건의 조사 의뢰를 해야 해.
  10. ……그랬군요.
  11. 하지만 급한 일은 낮에 이미 다 끝났습니다. 그리 서두르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12.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내일 내가 전장에서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13. 난 이 목숨이 붙어 있을 때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해.
  14. ……기필코 그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서 죽어 간 자들의 복수를 해 줄 거야.
  15.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원수를 모조리 죽인다고 해결될 단순한 일도 아닐 테니까.
  16. 그렇다면 더욱, 빨리 쉬고 힘을 아끼셔야 한다고 봅니다.
  17. 책상 위의 서류를 처리하고 나면 그럴게. 그리고 서부의 조사 기록도 봐 두고 싶어.
  18. 그 뒤에는 일만 하다간 몸이 둔해질 테니 자기 전에 창 훈련을 조금……
  19. 아직도 그날의 꿈을 꾸십니까?
  20. ……이미 몇 년도 전에 한 말을 잘도 기억하는구나, 너는.
  21. 그땐 왕성 사람들로부터 떼어 놓는다는 명목으로 너를 내 방에 불러서……
  22. 얘기하다 지쳐 잠들 때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지.
  23. ……그때 배려해 주신 것엔 감사하고 있습니다.
  24. 배려한 게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에 맞춰 내 뜻대로 한 거였어.
  25. ……잠을 못 이루시겠다면 언제든 말 상대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26. 그럼 네가 지칠 뿐이잖아.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해. 얌전히 쉬어 둬.
  27. 넌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아.
  28. 하지만…… 그럼 하다못해, 나중에 차를 내오겠습니다. 몸이 조금은 편해지실 겁니다.
  29. 그래…… 고맙다, 두두. 늘 신세를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