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하, 슬슬 쉬시지요.
그 이상 하시면 몸이 상하십니다.
- 그래도, 싸움이 끝난 후라서 그런지
묘하게 잠이 안 와서 말이지.
- 두두, 넌 먼저 자.
걱정하지 않아도 적당한 때에 쉴 테니.
- 전에도 그리 말씀하시고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일하셨잖습니까.
- ……예전부터, 이럴 때마다 넌
무슨 말을 해도 절대 양보하지 않았지.
- 그럼 조금만 도와주겠어? 이 서한에
잘못 쓴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줘.
- 이건 더스커의 말……
족장에게 보내는 서한입니까.
- 그래. "더스커의 비극"에 대해 그들에게도
여러 가지로 조사를 부탁해 뒀거든.
- 지난 번에 몇 건인가 중간보고를 받아서……
그 답례와 다른 건의 조사 의뢰를 해야 해.
- ……그랬군요.
- 하지만 급한 일은 낮에 이미 다 끝났습니다.
그리 서두르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내일 내가
전장에서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 난 이 목숨이 붙어 있을 때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해.
- ……기필코 그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서
죽어 간 자들의 복수를 해 줄 거야.
-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원수를 모조리
죽인다고 해결될 단순한 일도 아닐 테니까.
- 그렇다면 더욱, 빨리 쉬고
힘을 아끼셔야 한다고 봅니다.
- 책상 위의 서류를 처리하고 나면 그럴게.
그리고 서부의 조사 기록도 봐 두고 싶어.
- 그 뒤에는 일만 하다간 몸이 둔해질 테니
자기 전에 창 훈련을 조금……
- 아직도 그날의 꿈을 꾸십니까?
- ……이미 몇 년도 전에 한 말을
잘도 기억하는구나, 너는.
- 그땐 왕성 사람들로부터 떼어 놓는다는
명목으로 너를 내 방에 불러서……
- 얘기하다 지쳐 잠들 때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곤 했지.
- ……그때 배려해 주신 것엔
감사하고 있습니다.
- 배려한 게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에 맞춰 내 뜻대로 한 거였어.
- ……잠을 못 이루시겠다면
언제든 말 상대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 그럼 네가 지칠 뿐이잖아.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해. 얌전히 쉬어 둬.
- 넌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아.
- 하지만…… 그럼 하다못해, 나중에 차를
내오겠습니다. 몸이 조금은 편해지실 겁니다.
- 그래…… 고맙다, 두두.
늘 신세를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