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하. 책상에서 주무시면 감기에 걸리실 겁니다.
  2. ……………… ……두두인가.
  3. 또 이러고 잤네…… 목 아프다. 깨워 줘서 고마워, 두두.
  4. 아닙니다…… 가위에 눌리시는 것 같아서.
  5. ……그랬구나. 옛날 꿈을 꿨거든.
  6. 역시 더스커의……
  7. ……아니. 다른 꿈이야. 더스커에서 왕도로 돌아온 후의……
  8. 두두, 넌 기억나? 아버지 장례식 후에 날 욕하던 어린아이 말이야.
  9. 네. ……더스커에서 죽은 기사의 아들이었다지요.
  10. 더스커의 백성에게 복수하기는커녕 시종으로 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11. 지금 당장 시종을 죽여 버리라는 말에 난 그저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지.
  12. 그날 죽은 자들도, 살아남은 자조차도 모두 복수를 원하고 있어. ……복수를 말이지.
  13. ……폐하.
  14. 난 그저 조용히 내 의무를 다하면 돼. 괴롭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하지만……
  15. ……두두. 만일 내가 전장에서 쓰러져 죽을 때 복수를 바란다면, 넌 어쩔 거야?
  16. 이뤄 드릴 겁니다. 사지가 찢겨 나가더라도.
  17. 그럼, 나 따윈 깨끗이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남긴다면?
  18. ……그건 이뤄 드릴 수 없습니다. 제게 있어 행복이란 폐하와 함께하는 것이니까요.
  19. 전 당신을 위해서가 아닌 저 자신을 위해 복수할 겁니다.
  20. 너 자신을 위해서라…… 역시 내가 뭐라고 하든 양보하지 않겠지.
  21. 폐하께선…… 폐하 자신을 위해 살 생각은 없으십니까?
  22. 애초에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야. 나라와 죽은 자들, 그리고 백성의 것이지.
  23. 하지만…… 그래. 만약 내가, 다른 운명 속에서 삶을 누리고 있었다면……
  24. 너와 포드라 밖을 여행하는 용병으로, 아니, 땅을 일구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
  25.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일까요? 만약 폐하께서 바라신다면……
  26. 잠깐만,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 대충 생각난 걸 말해 봤을 뿐이니까.
  27. 내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어. ……이해해 줄 거지, 두두?
  28. ……그러면 하다못해, 오늘은 이만 쉬어 주십시오.
  29. 일이 남았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잠이 안 오신다면 말 상대가 되어 드리지요.
  30. ……책상에 엎드려 계신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도 불안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31. 혹시라도 쓰러지신 게 아닐까…… 숨을 안 쉬고 계시지는 않을까 하고.
  32. 바보야,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 괜찮아. 네가 신경 써 준 덕분에 말이지.
  33. 하지만……
  34. ……그래도 만약 널 두고 죽게 되면…… 뒷일이 걱정이긴 하군.
  35. 오늘 정도는 네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하지.
  36.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