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하. 책상에서 주무시면
감기에 걸리실 겁니다.
- ………………
……두두인가.
- 또 이러고 잤네…… 목 아프다.
깨워 줘서 고마워, 두두.
- 아닙니다……
가위에 눌리시는 것 같아서.
- ……그랬구나.
옛날 꿈을 꿨거든.
- 역시 더스커의……
- ……아니. 다른 꿈이야.
더스커에서 왕도로 돌아온 후의……
- 두두, 넌 기억나?
아버지 장례식 후에 날 욕하던 어린아이 말이야.
- 네. ……더스커에서 죽은 기사의
아들이었다지요.
- 더스커의 백성에게 복수하기는커녕
시종으로 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 지금 당장 시종을 죽여 버리라는 말에
난 그저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지.
- 그날 죽은 자들도, 살아남은 자조차도 모두
복수를 원하고 있어. ……복수를 말이지.
- ……폐하.
- 난 그저 조용히 내 의무를 다하면 돼.
괴롭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하지만……
- ……두두. 만일 내가 전장에서 쓰러져
죽을 때 복수를 바란다면, 넌 어쩔 거야?
- 이뤄 드릴 겁니다. 사지가 찢겨 나가더라도.
- 그럼, 나 따윈 깨끗이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남긴다면?
- ……그건 이뤄 드릴 수 없습니다. 제게 있어
행복이란 폐하와 함께하는 것이니까요.
- 전 당신을 위해서가 아닌
저 자신을 위해 복수할 겁니다.
- 너 자신을 위해서라…… 역시
내가 뭐라고 하든 양보하지 않겠지.
- 폐하께선…… 폐하 자신을 위해
살 생각은 없으십니까?
- 애초에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야.
나라와 죽은 자들, 그리고 백성의 것이지.
- 하지만…… 그래. 만약 내가,
다른 운명 속에서 삶을 누리고 있었다면……
- 너와 포드라 밖을 여행하는 용병으로, 아니,
땅을 일구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
-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일까요?
만약 폐하께서 바라신다면……
- 잠깐만,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
대충 생각난 걸 말해 봤을 뿐이니까.
- 내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어.
……이해해 줄 거지, 두두?
- ……그러면 하다못해,
오늘은 이만 쉬어 주십시오.
- 일이 남았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잠이 안 오신다면 말 상대가 되어 드리지요.
- ……책상에 엎드려 계신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도 불안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 혹시라도 쓰러지신 게 아닐까……
숨을 안 쉬고 계시지는 않을까 하고.
- 바보야,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
괜찮아. 네가 신경 써 준 덕분에 말이지.
- 하지만……
- ……그래도 만약 널 두고
죽게 되면…… 뒷일이 걱정이긴 하군.
- 오늘 정도는 네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하지.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