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파엘군.
휴식 중에 잠시 실례하지.
- 어, 로렌츠.
나한테 할 말 있어?
- 실은…… 네가 고향에 돌아간 뒤로,
가족과 함께 여관을 열었다고 들었다.
- 그런 네가 이번엔 가족을 남겨 두고
여기서 싸우기로 선택한 것은 어째서인지……
- 그 이유가 듣고 싶어서 말이야.
- 이유? 그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인 게
당연하잖아.
- ……? 그렇다면 더더욱, 여관에 머물러
가족 주변에 있어 줘야 하지 않나?
-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거든.
- 여관에 있으면 지금 가족을 지킬 수는 있어도,
그게 다잖아? 그렇지만……
- 이 전쟁을 끝내서 평화로운 세상이 되면
가족의 미래도 지킬 수 있으니까.
- 그래서 당장은 마야와 떨어지게 되더라도
나는 여기서 싸우기로 결심했지.
- 그렇군……
- 너의 그 생각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틀렸다.
- 확실히 여관에서 가족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진정 가족을 지킬 수 없지.
-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언제 여관이
전쟁으로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 하지만, 너는 평민이다.
평민을 지키는 건 나 같은 귀족의 책무.
- 병사도 아닌 평민이, 가족을 떠나서까지
전장에서 싸울 필요는 없다.
- 그런 건 나와,
내 부하들에게 맡기고……
- 너, 내가 여기에 온 일을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거야?
- 고마워어! 하지만, 내가 직접
결정한 일이니까, 괜찮은데?
- 아니, 그런 것이 아니야.
나는 귀족의 책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다.
- 전쟁 일은 우리 귀족에게 맡기고,
평민은 자기 생활을 소중히 하라는……
- 응, 하지만 나는 싸울 거야.
강한 녀석이 싸우는 편이 낫잖아?
- 아니, 그러니까……
너, 내 이야기를 듣긴 한 거야?
- 너야말로, 설마 내 힘을 의심하는 거야?
……으음~
- 그렇지!
나랑 힘겨루기해 볼래?
- 뭐? 힘겨루기……?
- 그래! 팔 근육을 겨뤄 보는 거야!
- 마침 훈련장으로 옮겨야 하는 짐이 있으니까,
누가 더 많이 옮기나 대결하지 않을래?
- 결과를 보면, 내가 싸우는 편이 좋다는 걸
로렌츠도 분명 알아줄 거야!
- 아, 아니…… 사양하지. 그 논리대로라면
네가 올바르다는 게 증명되어 버릴 테니까.
- 뭐야, 내가 강한 건
알고 있었잖아.
- 기다리도록. 착각하지 말아 줘.
나와 너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 하지만, 그 실력이 전장에서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군…… 음…… 아니, 하지만……
- 어~이…… 뭐, 됐어.
내 근육이 짐을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