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지? 오늘은 마을이 묘하게 소란스럽군.
음유시인이라도 왔나?
- 율리스 형, 몰라?
요즘, 마을에 재미있는 기사가 오거든.
- 재미있는 기사……?
- 응. 힘이 엄청나게 세서 말이야,
대장간의 짐을 전부 옮겨 주거나……
- 술집에서 맨날 싸움만 하는 녀석들 있지?
그 녀석들을 한 번에 입 다물게 해 주고 그래.
- 얘기해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지
아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 녀석인데……
- ………………
……아니, 설마. 그럴 리 없겠지?
- ……율리스? 네가 왜 여기에.
- ………………
그럴 리가 있었네……
- 마침 잘됐군, 좀 도와줘.
마차 정비 때문에 일손이 필요한데……
- 당신 말이지…… 잠깐 이리 와 봐.
- 이것 봐…… 무례한 건 알지만 묻겠는데,
당신 바보야? 아니, 대체 뭐 하러 온 거야?
- 뭐 하러…… 왔냐니. 마침 시간이 비어서
마을을 둘러보러 나왔을 뿐이다만.
- 그럼 치안 좋은 큰길이나 보면 되잖아.
왜 이런 험한 뒷골목에 오는 건데?
- 빈민굴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어도,
이 근방엔 돈 없는 뜨내기들이 많아.
- 왕씩이나 되는 사람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 ……그럼 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알아야 하지?
- 페르디아의 옥좌 위에서 보이는 건
햇빛이 닿는 큰길의 모습뿐이야.
- 사람을 시켜 살펴보면 될지도 모르지만,
되도록 내 눈과 귀로 확인하고 싶어.
- ……당신, 아직 자식은 없지? 당신이
죽으면 왕위를 둘러싸고 내란이 일어나.
- 그럼 귀족도 많이 죽겠지만, 농민이나
빈민도 쓰레기처럼 죽어 나간다고.
- 아직까지, 당신의 정치는 평판이 높은 편이야.
그래서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알아들어?
- 정 여길 와야겠거든,
하다못해 그 덩치든 누구든 호위를 달고 와.
- ……그렇군. 네 말이 옳아.
자신의 경솔함을 반성해야겠어.
- 바보라도 말이 통하는 바보라 다행이군.
앞으로는 자기 목숨을 더 귀중하게……
- 그럼 율리스, 내가 마을에 있는 동안에는
네가 날 호위해 줘. 그럴 실력도 있잖아?
- ……뭐라고?
- 네 눈을 통해 이 마을을 보면,
평소와 다른 풍경이 보일 것 같거든.
- 애초에 두두에게 상담했다간 마을에
나오지도 못하게 막을 거야. ……부탁한다.
- ……풉, 하핫, 걸작이군! 국왕이
나한테 고개 숙이는 날이 올 줄이야!
- 큭큭, 어쩔 수 없지, 받아들일게.
책임지고 옥체를 지켜 드리고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