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으로 막을 내리겠습니다.
관람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 ………………
- 마누엘라, 수고했다.
덕분에 좋은 구경 했어.
- 실은 좀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지만,
나쁘지는 않았지?
- 그래. 근데,
왜 또 나한테 가극 같은 걸 보여 준 거지?
- 이건 있지, 실은 [BYLETH_MF][kp3]
얘길 꺼낸 거야.
- 그 녀석이……?
- 미안해. 전에 들었던 아내분 이야기,
그 아이에게도 말해 버렸거든, 나.
- 너, 멋대로……
- 내가 취해서 들러붙어도 싫은 내색도 없이
들어 주니까, 이야기가 멈추질 않아서……
- 솔직히 이야기한 기억도 날아가 버렸었는데,
다음날에 그 아이가 말을 꺼냈어.
- 기억이 날아갈 정도로 마시다니……
그래서, 그 녀석이 뭐라던?
- 그게, 아내분께서 보지 못한 만큼
당신에게 가극을 보여 주고 싶다는 거야.
- ……그 녀석이 그런 말을?
- 그런 기특한 말은 안 할 것 같은 애잖아.
허를 찔려서, 감동해 버렸지 뭐야.
- 나로서도, 당신 마음의 틈을
채워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 그래서, 그 아이도 연기자에 넣어서
틈나는 대로 계속 연습했지.
- 그랬나…… 너도 바빴을 텐데
그 녀석이랑 어울려 주다니, 미안하군.
- 덕분에 실제 공연 못지않은 좋은 가극을 봤다.
아내에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겠어.
- 잠깐, 실제 공연은 본 적 없다며?
그리고 뭐야? 그 말투……
- 마치 조만간 죽을 사람처럼.
그런 거 용서 못 해, 나.
- 그 아이랑 둘이 함께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서,
아내분 몫까지 오래 살도록 해.
- 알겠지? 약속이야?
- 그래, 알았다.
- ……라고는 못 하겠군. 지금은 전쟁 중이고,
심지어 나는 용병단의 단장이야.
- 내일 당장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그런 처지라서 말이지.
- 듣고 보니,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
- ……라고 말할 수는 없지, 나도.
억지로라도 살아남아 줘야겠어.
- 그러니까, 전쟁이 끝나면 다시 한번
내 가극을 보러 와 줘.
- 제대로 된 무대에서, 악기 연주를 곁들여서.
분명 감동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을걸?
- 그다음에, 한 번 더 당신에게 고백하게 해 줘.
안 그러면 포기 못 하겠으니까.
- 너, 아직도 그런 소릴 하는 거냐.
이런 늙은이는 그만 포기하라니까.
- 됐고, 약속이나 해 줘. 아내분을
잊지 못하겠다면 그거대로 상관없어.
- 아내분도 그 아이도, 전부 다
내 큰 사랑으로 감싸 줄게.
- 대신, 그때까지는 술친구로 지내자.
오늘 밤에도 어울려 줄 거지? 우후후.
- 이거야 원, 억지로 약속을 해 버렸군.
그래도 약속한 이상 지켜야겠지.
- ……시트리, 아무래도 네 곁으로 가는 건
좀 더 나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