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리스, 잠깐 괜찮은가.
- 어이쿠…… 무슨 용무시죠, 세테스씨.
일 이야기라면 다른 데서 듣겠습니다만.
- 아니, 그런 이야기는 아니네.
자네가 학자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봐서 말이야.
- 상당히 진지하게 듣고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거든.
- 어, 아…… 뭐, 세테스씨라면
당연히 알고 계신 이야기겠지만.
- 포드라 10걸의 전설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있었습니다.
- 흐음, 성실하군.
훌륭한 자세다.
- 성실한 게 아니고, 귀족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교양이 제게는 없었을 뿐이지요.
- ……10걸은 주께 문장의 힘을 받아
포드라 땅에 닥친 사악함을 물리쳤다.
- 그리고 그 힘은 영웅들을 수명이 정해진 육체에서
해방해, 죽음의 구렁텅이에서도 구했다……
- 그렇게 전해지고 있지. 문장을 지닌 자 중에는
일반인보다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 일설에 의하면, 해방왕 네메시스는
수백 년이란 세월을 살았다고 하더군.
- 호오……
- 그런데, 왜 그런 것에 흥미를 느낀 건가?
- 아…… 세테스씨라면, 뭐 괜찮겠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 세테스씨 정도의 위치라면
제가 가진 문장에 대해서도 아시겠지요.
- 그래. 자네가 사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정말 놀랐다네.
-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오반의 문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 ……그런데, 그 문장이 어디서 온 건지
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거든요.
- 뭐, 어머니의 신분이 그렇다 보니
제 아버지가 어디의 누구신지도 모르겠고요.
- 문장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는 제가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 알고 나서는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 그렇군…… 자네 자신도
그 문장의 유래를 모르는 건가.
- 10걸은 문장의 힘을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하는데……
- 혹시 저도 그럴 가능성이 있진 않을까 해서
10걸의 전설을 조사해 봤습니다.
- ……자네의 문장이 어떤 것이든
주께서 주신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네.
- 그 피에 깃든 힘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게.
그러면, 언젠가 길이 보일 걸세.
- 아하하, 경전에 쓰여 있는 말씀대로 격려해
주시는군요. 그럼 저는 용무가 있어서, 이만.
- ………………